매일신문

포장마차 전성시대… 북성로·칠성시장 '불야성'

돼지고기 장어 굽는 냄새 '솔솔'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자 휴일 밤 대구 북성로 포장마차 골목이 무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자 휴일 밤 대구 북성로 포장마차 골목이 무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1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북성로 골목. 공구상가들에 불이 꺼지자, 골목 한쪽 주차장의 포장마차에 불이 들어왔다.

상인들이 테이블과 의자를 펼치자 금세 손님들이 모여 들었다. 30분쯤 지났을까? 포장마차 테이블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주당(?)이 진을 쳤고 조용하던 곳이 왁자지껄한 시장터로 바뀌었다. 가족과 함께 나온 정성식(42) 씨는 "여름에는 역시 시원하게 트인 바깥에서 먹는 소주 한 잔이 최고"라며 웃었다.

연이은 가마솥 더위에 포장마차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찜통 더위도 날리고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의 휴식처로 포장마차가 안성맞춤인 때문이다. 특히 북성로나 칠성시장 장어골목은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가 시즌 1위를 달리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북성로 구공탄 골목의 경우 낮에는 공구골목에서 밤이 되면 10여개의 대형 포장마차 거리로 변신한다. 대부분 주차장 자리를 빌려 전을 펴고 '북성로 불고기돼지'라 불리는 연탄에 구운 불고기와 우동을 주메뉴로 팔고 있다. 오후 7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이곳을 찾으면 누구나 포장마차의 운치와 함께 북성로 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상인 김정현(가명'53) 씨는 "비가 오는 날엔 술 한잔 생각난다는 손님들이 몰린다"며 "천막 밑에서 비가 내리는 걸 보면 운치 있다면서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라이온즈도 손님을 끄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불과 500여m 거리의 시민운동장에서 야구팬들이 골목으로 몰려온다. 포장마차 주인 최영환(31) 씨는 "야구가 있는 날이면 테이블을 추가로 준비해야할 정도로 손님들이 찾는다"며 "삼성이 이긴 날은 기분 좋아서, 진 날은 기분 나쁘다고 손님들이 술 한잔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장어골목도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간 북구 칠성시장 장어골목. 정장 차림의 넥타이 부대부터 러닝을 걸친 인근 주민들까지 포장마차 안은 장사진을 이뤘다. 한 상인은 "실내에 자리가 있어도 바깥 자리가 더 인기"라며 "장어가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식되면서 여름이면 손님이 들끓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구는 '포장마차 불모지'. 부산 해운대, 자갈치 시장 등 단순한 포장마차를 너머 관광 상품으로까지 각광받는 포장마차들이 대구에는 북성로, 칠성시장 등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수성못과 동촌유원지등 휴양시설 일대에는 포장마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불법영업으로 모두 단속대상으로 철거된 탓이다.

포장마차 매니아라는 강민석(41) 씨는 "돈이 없던 시절엔 간단하게 술을 한잔 할 수 있던 옛 추억 때문에 다른 지방에 가면 포장마차를 꼭 찾는다"며 "대구는 포장마차를 찾아보기 어려워 아쉽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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