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대구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대회 첫 메달을 가리는 총성이 울린다. 여자 마라톤 경기다.
한국 여자 마라톤 대표팀은 올 4월 서울 태릉선수촌을 시작으로 5월 중국 쿤밍을 거쳐 지난달 초부터 강원도 대관령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다. 12일 오전 대구에서 코스 적응 훈련을 한 5명의 여자 마라톤 대표선수들은 보름 뒤 '대구에서의 영광'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정윤희(28'대구은행)다. 정윤희는 이번 대회를 부상에 따른 불운을 종식시키고 '제2의 마라톤 인생'을 여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레이스 중반까지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뒤처지지만 않는다면 중후반에는 승부를 걸어볼만 합니다. 일단 한 자릿수(순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솔직한 심정은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
정윤희의 마라톤 인생은 굴곡 많은 산과 같았다. 데뷔 무대인 200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국내 2위, 국제 3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23위에 그치며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해야 했다. 그 뒤 발목부상으로 3년을 쉬다시피 했다. 시련을 재활로 이겨낸 정윤희는 2008년 경주 동아국제마라톤에서 국내 2위(2시간37분15초)에 오르며 재기했다. 그러나 2009년 대표팀 훈련 도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은퇴 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대구은행으로 팀을 옮기며 재활과 훈련에 매진한 정윤희는 지난해 경주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32분09초로 1위를 차지하며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이어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여자 국내 1위, 국제 3위를 차지하며 자신감까지 회복했다.
여자 대표팀 유재성(대구은행 감독) 코치는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렸지만 지구력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자질이 뛰어난 선수"라며 "승부근성과 자신의 마라톤 인생에 큰 변화를 갖고 싶어 하는 의지가 대단해 세계대회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윤희는 체질적으로 더위에 강해 대구의 무더운 날씨를 극복할 최적의 선수로 꼽히고 있다.
정윤희는 "대구 코스를 잘 알고 있고, 남들보다 더위에 열이 잘 안 나는 체질이어서 덜 지치는 편이다"며 "체계적으로 열심히 훈련한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여자 마라톤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9위와 53위를 차지하는 등 아직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주목 받지 못했다. 이를 아는 정윤희는 이번 대회에서 꼭 메달을 획득해 그동안의 한을 날리겠다는 각오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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