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규리·장신영·이동국·용준형… 이들의 공통점은?

답: 이름 바꿨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름을 바꾼 사람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개명이 보편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명은 일반인들 뿐 아니라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또 개명 허가율이 90%를 넘었지만 여전히 개명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에 부는 개명 열풍을 들여다봤다.

◆개명한 스타들

연예인들 가운데 개명을 한 사람이 유난히 많다. MBC 예능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배우 김규리는 10년간 김민선으로 활동하다 개명을 한 케이스다. 김민선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태에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개명했다. 특히 김규리라는 동명이인의 배우가 있는 상태여서 그녀의 개명은 더욱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김규리는 "규리는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가족들은 저를 규리라 부른다. 그래서 규리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게 됐다. 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당당하게 제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보연은 몇 년 전 한 방송에 출연한 남자 가수가 자신의 본명을 부르는 것을 듣고 개명을 한 경우다. 김보연은 "방송을 통해 본명(김복순)이 밝혀진 뒤 바로 김윤주로 개명했다"고 밝혔다. 미스 춘향 출신인 배우 장신영은 놀림 받는 이름이 싫어서 개명을 했다. 그녀는 한 방송에서 "목사님께서 성실한 신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장신자라 지어줬는데 놀림을 받아 춘향대회 직후 장신영으로 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이시영은 본명(이은래)이 발음하기 어려워 개명을 했다. 또 쥬얼리 출신 조하랑은 조민아, 가수 채연은 이진숙, 배우 금보라는 손미자, 배우 박솔미는 박혜정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지금의 이름을 선택했다.

남자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6인조 그룹 비스트 멤버인 용준형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개명했다. 본명은 용재순이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톱스타 반열에 올라선 탤런트 윤시윤은 윤동구란 이름을 사용하다 대학 진학 후 개명했다. 배우 송승헌도 개명한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는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명(송승복) 대신 예명(송승헌)을 사용하다 아예 예명을 본명으로 바꿨다.

운동 선수 가운데 개명을 한 경우는 대구FC 수비수 윤시호 선수를 꼽을 수 있다. 올 초 홍창에서 시호로 이름을 바꾼 그는 오래전부터 개명 생각을 갖고 있었다. 홍창이라는 발음이 어려워 주위에서 홍찬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 그러다 그는 지난해 아들 작명을 위해 철학관을 찾았다 이름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말을 듣고 개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북 현대모터스 스트라이크 이동국 선수도 개명을 했다. 이동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2007년, 가운데 이름의 한자를 바꾸었다. "동자의 한자를 바꿔야 행운이 따른다"는 한 역술인의 말에 따라 동녘 동(東)에서 같을 동(同)으로 개명한 것. 개명 덕분인지 몰라도 두 선수는 개명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네이버와 베스트일레븐이 공동으로 진행한 '6월의 축구스타K'(월간 베스트 플레이어)를 뽑는 설문조사에서 이동국은 전체 투표자 7천801명 가운데 3천248명(41.64%)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으며, 윤시호 선수는 371명(4.76%)의 지지를 얻어 5위를 차지했다.

◆개명이 불허된 사례

지난해 5월 대구지법 제4민사부는 이름 때문에 수치심을 느껴 개명신청을 했으나 기각결정을 받자 항고한 A(38) 씨의 개명 신청을 기각했다. 집행유예기간에 개명 신청을 한 것은 집행유예형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기각 이유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2차례에 걸쳐 업무방해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유예 중이어서 개명을 하면 집행유예기간이라는 제한을 회피할 수 있으며 개명을 해야할 이유 소명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한 달 뒤 대구지법 제4민사부는 유명한 축구선수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이름을 따 '이브라히모비치'라는 이름으로 개명 신청을 한 B(24) 씨의 개명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개명을 허가할 만한 이유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하나 주변 사람들에게 국적에 대한 혼란을 줄 수 있고 누가 들어도 외국인이라고 착각할 만한 이름이기 때문에 개명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지난해 5월 서울가정법원은 정부의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의미로 이름을 '사대강'으로 고치고 싶다며 개명 신청을 한 환경단체 회원인 C(37) 씨의 개명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명권을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 개명이 자기결정권의 행사라는 이유로 무제한 허용한다면 남용이나 폐단이 충분히 우려된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2008년에는 양성평등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이름에 어머니의 성씨인 '최'가 들어가도록 개명을 허가해 달라는 노모 씨 부부의 개명 신청이 서울남부지법에서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은 결정문에서 "한국의 성씨에는 '노최'씨가 없기 때문에 신청인의 이름을 '노최○○'으로 바꿀 경우 신청인이 최 씨인지 노 씨인지 쉽게 알 수 없고 자아 형성기의 신청인이 주위의 놀림을 받을 우려가 있다. 개명 신청은 부모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지 신청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청인이 성장해 부모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그때 개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상습적인 개명도 퇴짜 대상이다. 부산지법 가정지원은 2009년 3월 40대 여성의 개명을 불허했다. 2003년 한차례 개명을 한 이 여성은 개명을 한 뒤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나쁜 일이 겹쳐 여기저기 알아보니 개명 당시 작명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여성은 다시 개명을 신청했으나 결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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