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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김종복'전…두 거장의 화단 나들이

'정점식, 김종복'전이 대구미술관 4, 5전시장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린다. 대구미술의 맥을 짚어보고 전개돼온 과정을 연구하여 대구 미술사의 의의를 조명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첫 번째 전시로 열린다.

정점식과 김종복. 이 두 작가는 대구 미술에서 독특한 지형을 차지한다. 남성과 여성, 추상과 구상, 인간과 자연 등 다양한 대비 지점들이 있다. 정점식의 그림이 인간과의 대화라면, 김종복의 그림은 자연과의 대화다. 미술관에서 작품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들어볼 수 있다.

정점식(1917~2009)은 평생 대구에서 활동하며 대구 추상미술의 초석이자 중심을 이룬 인물이다. 한국미술사의 주류적 흐름에 작가 특유의 예민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토속적이고 동양적 정서가 짙은 작품세계를 완성해온 작가다. 일제의 아카데믹한 미술 사조를 타개하고 왕성한 독서와 창작욕으로 빈약한 현대미술의 토대를 세워나가는 데에 치열하게 노력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정점식의 조형적 근간은 '인체'라는 구체적 대상과 그것의 환원의식"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모습은 기호화되고 거대한 구조물로 진행되다가 만년에 이르러서는 일필의 충동적 단순화로 귀착된다. 이번 전시에는 정 화백의 작품을 통해 작품의 변화와 조형적 특징을 감상할 수 있다. 구 시대의 미술적 언어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창조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부단히 노력한 예술가의 뒷모습은 장엄한 느낌을 준다.

김종복(1930~)은 평생에 걸쳐 자연, 그중에서도 산을 형상화해왔다. 김종복의 산은 대상에 구애되지 않고 작가의 시각과 감성으로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애정은 화면 가득히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운율로 표현된다. 화려한 색채의 면과 굵고 강한 선은 구체적인 대상으로서의 산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 속에서 추상화된 산이다. 그래서 파격적으로 단순화되고 색채는 강렬하며 유화물감으로 표현된 색채는 맑고 경쾌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공기를 담고 있는 풍경은 붓질과 색채로 펼쳐진다. 특히 후기로 접어들면서 그의 그림은 색채추상, 색면 추상과도 같이 단순해지고 추상화되는 과정을 보인다.

김 화백은 "자연을 통해 우주적 언어를 표현하고 싶다"면서 "나의 작품은 한 편의 시"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 점과 선, 색채 모든 게 조화를 이루어 추상과 구상의 종합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여든을 넘긴 김 화백은 요즘도 붓을 놓지 않는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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