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바지 손님맞이…참가국 국기 게양 헷갈리지 않도록

대구스타디움에 만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에 만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구시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대회 참가국의 국기 게양이다. 국기를 잘못 게양할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국제적인 결례를 넘어 망신살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육상 국제육상연맹 회원국의 수가 212개국에 이르는데다 비슷한 문양의 국기가 많고, 게양 방식에 따라 모양이 확연히 달라지는 국기가 상당수여서 시와 조직위가 애를 먹고 있다.

◆세로 게양에 달라지는 국기들

대회 막바지 준비로 한창인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지붕에는 세계육상연맹 회원국의 대형 국기들을 내다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회원국 212개국 중 북한을 제외한 211개국의 국기가 내걸리는 이번 대회에서 일부 국기는 당초 주경기장 지붕 앞쪽에 게양됐다가 조명을 가려 다시 조명 뒤편으로 옮겨야만 했다.

세로로 게양된 국기들은 해당 국가에서 내걸 때와 달라진 국기들이 상당수 눈에 들어왔다. 미국 성조기는 가로로 게양할 경우 각 주를 상징하는 50개의 별이 국기 좌측 상단에 위치한다. 세로로 돌리면 별들이 우측 상단으로 오는 게 정상. 그러나 경기장에 나부낀 세로로 게양된 성조기의 별들은 여전히 좌측 상단에 있었다. 뒤집혀 걸린 셈이다. 영국 연방에 속해 있는 국가들의 국기도 역시 좌측 상단에 영 연방 표식이 있었다.

미국 등 좌측 상단에 중요 문장이 들어가는 경우, 국기를 세우더라도 좌측 상단에 문장이 위치하도록 해야한다. 주요 문양이 옆으로 눕는 것을 금지하는 국가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코란과 칼이 바로 서거나 땅을 향하지 않도록 가로 모양을 유지한다. 몬테네그로도 독수리 문장이 옆으로 누우면 안 되고, 세르비아와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의 국가들도 삼색기 위에 자리 잡은 국가 문장을 바로 세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과 벨기에 등 바로 세우면 아예 국기가 달라지는 국가도 있다. 이런 식으로 국기 모양이 달라지는 국기만 100여 개국이 넘는다고 조직위 측은 밝혔다.

국가마다 달라지는 게양 방식 때문에 대회 조직위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 의뢰해 올해 초부터 국기 검증 작업을 벌였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서혁수 경영지원팀장은 "국기는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실수하면 해당 국가에 대한 큰 결례가 되기 때문에 자문을 거쳐 신중하게 걸고 있다"고 말했다.

◆헷갈리는 국기도 상당수

국기 모양이 달라졌거나 잘못 알려진 국가들도 적잖다. 이번 대회 국기 제작을 맡은 H업체는 캄보디아 국기 제작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국제육상연맹(IAAF)에서 보내온 국기 문양과 실제 국기 모양이 달랐기 때문. IAAF에서 보내온 캄보디아 국기 도안에는 앙코르와트가 붉은색으로 그려져 있었지만 캄보디아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앙코르와트는 검은 선으로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 최근 열린 경주세계태권도대회에는 1975~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 당시 사용됐던 캄보디아 국기가 그대로 걸려 말썽을 빚기도 했다.

미얀마 국기는 지난해 갑자기 변경됐다. 과거 미얀마는 붉은색과 파란색 바탕에 톱니와 벼이삭이 있던 국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노란색, 녹색, 붉은색의 가로줄무늬에 하얀색 별이 새겨진 모양으로 국기가 바뀌었다.

비슷한 모양의 국기도 상당수다. 빨강, 하양, 파란색 삼색기인 네덜란드 국기는 파란색의 농도가 옅어지면 룩셈부르크의 국기가 된다. 모나코와 인도네시아, 폴란드의 국기는 모두 빨강과 하양 두 가지 색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모나코는 붉은색의 배열까지 같고, 가로세로 비율만 약간 차이가 난다.

유난히 삼색기가 많은 유럽 국가들도 헷갈리기 일쑤다. 빨강, 노랑, 검정 혹은 빨강, 하양, 파란색이 가로 혹은 세로로 순서와 농도를 달리해 각국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깃대로부터 파랑, 하양, 빨강 순서로 3색이 세로인 프랑스기. 이 삼색을 가로로 펼치면 네덜란드 국기 모양이다. 검정, 빨강, 노랑 3색이 가로로 배열되면 독일 국기이지만 검정, 노랑, 빨강 순으로 세로로 배열되면 벨기에 국기다.

◆잘못 걸었다가 수거 소동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도로변에 국기를 게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구시내 각 구'군청은 최근 도로변에 내걸었던 연맹기 1천여 주를 일일이 도안과 확인하거나 수거하는 등의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훼손된 국기를 다시 내거는 과정에서 잘못 게양하는 사태가 발생해 해당 국가 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등에 치이면서 국기나 깃대가 훼손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마라톤코스 주변과 주요 간선도로에 걸린 태극기와 연맹기 7천600여 주 중 600여 주가 파손돼 교체했다. 도로변과 인접해 있어 시내버스나 대형탑차, 화물차의 사이드미러나 적재함에 걸려 훼손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파손된 국기를 다시 게양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기가 잘못 달리는 경우가 있어 일일이 대조하고 다시 걸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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