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고향인 충북 음성군 행치마을을 방문, 어머니와 상봉했다. 구순 노모가 아들을 보자마자 지팡이를 내던지고 두 팔을 벌려 아들을 안는 모습은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장면이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장성한 아들을 맞는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맹자의 '군자 3락' 중 부모구존(父母俱存)하고 형제무고(兄弟無故)한 것을 제1락(一樂)으로 친 이유를 알 만하다.
그런데 꿈의 나이인 백수(白壽)를 국민들은 그렇게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0∼69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따른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71.3%가 평균수명 100세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수명 연장을 축복이 아니라고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노년기가 너무 길기 때문'(38.3%)이라고 답했으며 그 다음은 건강 악화와 같은 노인문제(30.6%)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할 일 없이 노년기를 보낸다거나 몸이 불편할 경우 100세까지 산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1년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0세(2009년 출생아 기준)로 조사돼 WHO 193개 회원국 가운데 공동 20위로 영국'독일'핀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0년에 69.8세였으니 20년 만에 10년이나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수명(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은 71세에 불과, 노년의 상당 기간을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복한 노후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다. 건강에다 적당한 일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웃 일본에는 택시기사, 공원의 매표소 직원, 안내인 등 힘들지 않은 분야는 대부분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골의 음식점에 가면 할머니가 서빙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공원이나 유원지에는 노인들이 넘쳐난다. 아니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나마 집 안에서 고생하는 노인들에 비하면 이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건강하지 못한 노후사회 시스템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수명 연장과 더불어 노후 삶의 질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그것도 '공생 발전'이 아닌가.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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