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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재의 행복칼럼]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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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놈, 놈.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펼쳐든다. 대통령이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한다. 개그콘서트 보는 느낌이다. 대학생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준다는 사람이 있다. 서울 초등학생 모두 공짜 점심을 준다는 사람도 있다.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생색 내는 사람 따로 있다. 어떤 정치인은 독도에 가서 철모 쓰고 경계근무를 한다. 이런 쇼에도 감동하는 사람이 있을까? 검찰총장이 종북주의자들을 혼내주겠다 하니 펄펄 뛰는 야당 인사가 있다. 김정일이 화낼 일을 왜 엉뚱한 사람이 화를 낼까?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온다. 머리를 콱 쥐어박아 주고 싶은 걸 겨우 참는다.

바쁜 출근길 앞에 지그재그로 유유자적 가는 차가 있다.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앞차에서 연기가 나부끼며 담뱃재가 날아오고 담배꽁초가 밖으로 던져진다. 또 길이 막힌다. 앞에서 지게차가 기어간다. 협심증도 없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출근해서 회진을 올라가니 환자들은 자신이 멀쩡하다며 의사에게 화부터 낸다. 다른 과 의사들의 아침 회진은 고맙다는 덕담으로 시작되는데 정신과 의사들은 욕부터 얻어먹고 시작한다. 오늘 외래환자 첫 손님은 여고생이다. 턱을 괴고 의사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왜 나를 '또라이' 취급하느냐?"는 무언의 시비다. 진단이 뭐냐고 엄마가 묻는다. 정신병 같다고 하자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우리 애는 말도 잘하고 위생도 깨끗하고 집안에 아무도 그런 사람 없는데 왜 정신병이냐며 난동이다. 사람이 미치면 말도 못하고 외모도 더러워지나? 정신병이 유전된다고 했나? 이 사람은 정신병 환자를 모독하는 오만과 무식의 극치다.

퇴근길 친구들과 황혼주를 들이켠다. 하지만 오래잖아 기분이 나빠진다. 옛날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친구,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친구, 자식과 마누라 자랑하는 친구, 친구를 하인처럼 취급하는 친구, 목소리를 깔고 말을 천천히 하는 친구, 남을 시기질투하고 욕하는 친구, 술이 취하면서 기분은 반비례해서 나빠진다. 술값이 아깝다.

귀가 후 저녁을 먹는데 위층에서 꼬마 아이들이 뛰기 시작한다. 이 소란은 한 시간쯤 지나야 숙지막해진다.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 이런 생지옥에 살아야 하는지 하늘을 원망해 본다. '놈, 놈, 놈'들이 없어지는 날이 과연 언제일까? 나 역시 그런 놈 중에 하나이겠지? 나는 그 중에 어떤 놈에 속하는 것일까? 행운의 파랑새는 이 땅에 없는 것일까?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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