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독재정권 무너뜨린 스캔들 카밀라 오고먼

스무살의 카밀라 오고먼은 사랑에 빠진 사제 라디슬라오 구티에레즈와 도피 행각에 나섰다. 1828년 아르헨티나의 유력 집안에서 태어난 카밀라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교계의 꽃으로 주목 받았으나 집안과 교류하던 구티에레즈 신부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택했다. 당시 후안 마누엘 데 로사 독재 정권은 카밀라가 납치됐다며 그들을 추적했고 반체제 인사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토 등은 로사 정권의 독재가 아르헨티나의 여성 도덕을 타락시킨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추격대에 잡힌 카밀라는 성폭행 소문에 화를 내며 자신이 먼저 사랑을 고백했고 도피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로사의 딸과 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했던 카밀라는 로사의 명령으로 1848년 오늘, 연인과 함께 총살형을 당했다. 카밀라는 그 때 임신 8개월의 몸이었다.

임신한 여성을 죽인 로사 정권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졌다. 사르미엔토 등은 전략을 바꿔 '아름다운 여성' '사랑의 표상' 등 카밀라에 대한 글을 발표하며 로사 정권을 압박했다. 이어 벌어진 내전에서 스캔들을 잘못 처리한 로사는 궁지에 몰렸고 1952년 권좌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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