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싼 스크린이 비싼 필드 삼킨다…골프新 경제학

"뭣하러 20만원씩이나… 매주 싸게 자주 즐긴다" 스크린골프 영역 확

필드가 아닌 스크린골프를 통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스크린골프족.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필드가 아닌 스크린골프를 통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스크린골프족.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모든 운동의 끝, 골프(Golf) VS 이젠 누구나 하는 운동.'

30, 40년 전에는 테니스가 귀족 운동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 당시 골프는 대한민국 1%만이 즐길 수 있었던 일종의 초호화 럭셔리 운동이었다. '모든 운동의 끝엔 골프'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렸다.

이런 생각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 산산조각 나듯 바뀌기 시작했다. 테니스는 동호회 수준의 생활체육으로, 골프는 중산층만 되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 실제 필드골프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며, 지금은 스크린골프로 인해 골프가 일종의 게임으로까지 파고들었다. 골프장 수도 매년 몇 곳씩 개장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 필드골프에 대한 비용 부담은 크다. 주말 골퍼인 직장인 30명에게 개인적으로 질문한 결과, 3분의 2에 해당하는 20명이 '주말 골프 그린피가 10만원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답했다. 8명은 '5만∼8만원 정도면 좋겠다'고 바랐으며, 2명은 '10만∼15만원은 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격부담 때문에 지금은 늘어난 골프장에 비해 실제 필드골프장의 이용객 수가 줄어들어, 주말에도 쉽게 부킹이 되는 골프장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각 골프장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가격을 낮춰, 주말 골퍼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5만∼20만원 주고 하긴 힘든 현실

직장인 이형태(44'대구시 북구 침산동) 씨는 2년 전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이젠 아예 푹 빠져버렸다. '이 좋은 운동을 왜 이제 시작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주 연습장을 찾았고, 친구들과도 스크린골프를 즐기기 시작했다. 스크린골프는 거의 매주 3, 4회 즐기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 필드골프를 한 번 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실제 그린 위에서 골프채를 잡은 것은 손꼽을 정도다. 그나마 그 중 한 번은 사업하는 친구가 대신 그린피를 내줘서 필드에 머리를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경제적 부담 때문에 주로 스크린골프만 치지만 가끔은 가격(9홀 기준, 5만원 안팎)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의 9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 찾기도 한다.

이 씨는 "월급 200만∼300만원 받아서 생활비 쓰고, 자녀들 교육비 부담하고 나면 주말에 20만원 상당을 쓰기는 쉽지 않다"며 "골프가 너무 좋아 자주 필드에 나가고 싶은데, 아직은 골프 이용료가 대중화된 가격이 아니라 큰 부담이 된다"며 전국 골프장을 상대로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지역의 대부분 직장인들은 이 씨의 푸념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누군가 그린피를 대신 내 주거나, 회원권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정해 특별 할인을 해주지 않으면 자비를 들여서 주말 골프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특히 평일에 뼈빠지게 일하는 월급쟁이들의 경우 그린피가 가장 비싼 주말에만 이용하게 돼 이중고(높은 가격, 복잡함)를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대구'경북지역 골프장 회원권 약세

지역의 골프장은 최근 10년 사이에 갑절 이상으로 늘어났다. 10년 전에는 10여 곳에 불과했던 골프장이 2011년에는 30여 곳으로 늘어났다. 김천시나 의성군 등에는 올해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인 골프장도 있다. 2001년과 2011년 지역의 골프장을 비교하면 한눈에 들어온다.(표1)

이렇듯 신규 골프장 개장이 늘면서 회원권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골프장 회원권 기준시가에 따르면 전국 166개 골프장 회원권은 지난 몇 년간 소폭 상승했으나, 지역 내 골프장 회원권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도별로 보면 경기도가 8%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으며 충청도(4.3%), 강원도(3.8%)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공급 초과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제주도는 -0.3%로 하락세를 보였다. 대구경북은 0.38% 상승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회원권 기준시가는 실거래 가격의 90% 이상을 반영한 가격으로 전체적으로는 회원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영남과 제주지역 회원권은 몇 년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 내 11개 골프장의 16개 회원권 가격을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 4개, 하락 4개, 보합 8개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을 포함한 영남권은 골프장 수가 늘어난 반면 입장료는 거의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5년 이후 영남권의 개장 골프장 수는 14개소 252홀로 증가했지만 주중 입장료는 평균 15만원(5월 현재)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0% 하락했다. 영남권의 평균 주말 그린피는 17만8천 원으로 나타났다.

◆필드골프족보다 늘어난 스크린골프족

'스크린은 싱글(18홀 기준 73∼81타로 이븐파(0) 기준으로 한 자릿수까지 오버파를 친 골퍼), 필드에선 백돌이(100타 안팎을 치는 평균 이하 수준의 골퍼).'

스크린골프가 인기를 끌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생겨난 현상들이다. 스크린골프족은 필드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어프로칭(공을 그린의 핀 근처로 보내는 샷)이나 퍼팅(홀에 넣는 샷)을 마치 게임을 하듯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지만 필드에서는 어림도 없다. 불과 3, 4m 앞에서도 홀에 떨어뜨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도 하나의 골프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2008년 필드골퍼가 연인원은 2천398만 명으로 스크린골퍼 1천700만 명에 비해 훨씬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스크린골퍼가 3천600만 명으로 필드골퍼 1천900만 명에 비해 갑절로 앞섰다. 이제 필드보다 스크린이 대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방 문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와 놀이문화가 반영된 탓도 크다.(표2)

스크린골프 문화를 퍼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로그램 업체인 '골프존'(Golfzone)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리얼'(Real)이라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으면서 수익을 한층 증대시키고 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중소기업 등 사내에서도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탁구, 야구, 등산, 낚시, 마라톤 등 전통적인 사내 동아리에 비해 새로 생겨난 스크린골프 동아리는 매주 모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이 많다. 지역 기업인 대성에너지(옛 대구도시가스)에도 스크린골프는 직장 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너가 골프를 치지 않는 탓에 사내 골프문화가 다소 위축돼 있었지만 이제는 이 스크린골프 열풍을 타고 스크린골프족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지역 방송국에서 하는 직장 대항 스크린골프 대회도 인기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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