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몇 개 끓이노?" "8개" "너그들은 안 묵나?"
폭풍식욕의 대가 김만태(33'자영업) 씨가 친구 2명과 나눈 대화다. 함께 놀다 저녁 무렵 라면을 끓이는데 8개를 끓인다고 하자 친구 2명에게 조크를 주며 그렇게 말한 것이다. 실제로 라면 8개는 김 씨가 평소 먹는 양이다.
몸무게 108㎏, 키 178㎝의 김 씨는 이미 18세 때 라면 17개를 먹은 기록을 갖고 있다. 양은냄비 공장을 하는 친구집에 놀러가 혼자 17개를 먹는 괴물 대식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아무 탈이 없었다. 타고난 소화능력에다 먹어도 먹어도 지치지 않는 식욕을 소유하고 있다.
할아버지-아버지로 이어져 오는 대식가 집안인 김 씨 부모의 집에는 공기밥을 넣어놓는 업소용 대형밥솥이 있다. 3대째 이어지는 폭풍식욕의 이 집안 남자들은 대접에다 밥을 담아 먹는다. 그것도 부족해서 2번씩 먹는다. 김 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경우 공기밥 5개는 너끈하다. 밥 한 공기는 몇 번 뜨면 없다.
◆1인당 짬뽕 3그릇, 자장면 2그릇은 기본
그야말로 끝도 없이 먹는 폭풍식욕의 대가 김 씨와 그 페이스에 맞춰 먹어줄 대식가 3인방이 자리를 함께했다. 장소는 대구시 중구 반월당 알리안츠생명 옆 차차반점. 이들 4명이 '한번 먹어보자'고 시작하자, 1시간여 만에 자장면'짬뽕'탕수육'깐풍기 등이 폭풍처럼 사라졌다.
이들이 모인 시간은 오후 4시. 차차반점은 이들을 위해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었다. '준비 땅!' 먹기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이들 4인은 편안한 자세로 1시간 동안 계속 먹기 시작했다. 한 번에 먹고 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얘기도 하면서 계속 먹었다. 이미 허리띠는 푼 상태였고, 먹는 동안 포만감을 만끽할 때까지 즐겼다.
1시간 정도 계속 먹고 나니 빈 그릇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4명이 먹은 짬뽕과 자장면만 20여 그릇. 탕수육과 깐풍기가 6접시. 그리고 콜라'사이다'환타 등 음료수 병이 곳곳에 널렸다. 이들과 평소 알고 지내는 차차반점 주인 정영훈(33) 씨는 "저도 씨름을 했기 때문에 고기 10인분 정도는 먹지만 이들 4명은 저보다 더 대단한 식욕을 갖고 있다"며 "손님들 중에 많이 먹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자장면이나 짬뽕 곱빼기 1그릇에 보통 1그릇을 더 먹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해 준 3인방의 식욕
'폭풍식욕의 달인, 김만태 선생(?)'과 함께 온 3인방의 식욕도 가히 가공할 만했다. 일반인이 먹는 양의 두세 배는 너끈하게 먹었다. 이들 4명 중 'NO. 2'로 평가할 만한 김상일(33'인터넷 쇼핑몰 운영) 씨는 115㎏의 거구다. 불과 2달 전에는 129㎏이었다. 조금 다이어트를 하면 10㎏ 이상 빠진다.
고교 시절 레슬링을 했던 김 씨는 19, 20세 때 가장 식욕이 왕성했다. 친구와 둘이서 만평네거리 인근 식당에서 막창만 18인분을 먹었다. 그것도 많이 먹은 것은 아니었다. 또 한번은 피자집에서 맥주 무료시식 행사를 했는데 1천원을 내고 생맥주 500㏄를 무려 20잔이나 마셔 그곳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한창 먹을 때는 아예 집에 생크림이나 초코바를 사다 놓고 닥치는 대로 먹었습니다. 집에서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계속 먹기만 하는 거죠."
몸무게 130㎏으로 식욕으로는 'NO. 3'인 조정민(37'국민생활체육 대구시씨름연합회 심판이사) 씨는 "요즘은 많이 안 먹는데 고교 때 씨름 선수 시절에는 갈빗집에 가면 식당 주인이 불판에 10인분을 굽고, 어머니가 그 옆에서 10인분을 구우면 제가 왔다갔다하면서 먹었다"고 했다.
이들 4인 중에는 가장 적게 먹는다는 이명호(33'자영업) 씨는 몸무게 85㎏으로 가장 작은 체구의 소유자였지만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10인분 정도는 먹을 정도의 식욕을 갖고 있었다. 한때 운동(역도)을 한 경력이 있는 이 씨는 이들 3인과 달리 밑반찬 킬러였다. 그는 식당에 가면 밑반찬을 아예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국도 2번씩 먹는다. 이런 탓에 그의 집 냉장고에는 각종 밑반찬이 가득하다.
◆기록의 산실, '한울회'
폭풍식욕, 각종 기록의 산실이 되고 있는 모임이 있다. 이들 4인을 포함해 10여 명이 함께하고 있는 한울회. '하나가 되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대단한 대식가들이다. 월 회비가 4만원인데 거의 70∼80% 정도는 식비로 쓰인다.
이들 중 6명이 강원도에 놀러갔을 때는 하룻밤에 불고기 20㎏을 먹어치웠다. 덤으로 맥주 5박스와 소주 2박스도 비워버렸다. 그리고 여름 피서 삼아 10명이 밀양에 놀러 갔을 때는 하룻밤에 불고기 155인분을 먹어 치운 기록을 갖고 있다. 여기에 소주 8박스도 마셔버렸다.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 모임은 엥겔지수로 따지면 전국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런 모임이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밥심이 국력이다' '일단 먹고 보자' '금강산도 먹고 난 뒤, 구경하자' 등을 모토로 하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넉넉한 소화력과 편안한 웃음을 소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대식가들이다.
이들이 전하는 많이 먹는 노하우는 이랬다. ▷가능하면 군것질은 하지 마라. 잡다한 것을 먹으면 제때 식사가 불가능하다(김만태 씨) ▷가능하면 면보다 밥을 많이 먹어라. 면은 배도 빨리 꺼지고,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다.(이명호 씨) ▷라면과 짜파게티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먹을 때는 적어도 2, 3개 이상 먹는 습관을 가져라.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김상일 씨) ▷먹을 때는 시원한 곳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에서 먹어라. 마음도 편안하고, 잡념도 없어야 많이 먹을 수 있다(조정민 씨).
이들에게 식욕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물론 수면욕, 지식욕, 명예욕 등 다른 욕구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인간 본성에 충실하면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빡빡하고, 급하게 살면 떡이 나옵니까? 밥이 나옵니까?"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