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공생발전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이란 개념을 제시하였다. 공생발전이란 '상생 번영하는 시장경제' '함께 발전하는 따뜻한 시장경제' '격차를 줄이는 발전'으로 정의되었다. 공생발전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내건 국정지표들인 '녹색성장' '친서민중도실용' '공정사회'의 연장선에서 진화한 개념으로 그 의미가 부여되었다. 공생발전을 위한 중요 전략으로 동반성장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공생발전 개념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동반성장 개념과 대동소이하며 학술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공평성장 개념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출범 초기에 성장지상주의를 지향했던 이명박 정부가 공생발전 개념을 국정지표로 내세운 것은 적어도 겉보기로는 '진화'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경축사에서 제시된 공생발전이란 개념 속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공생발전이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발전, 학력차별과 비정규직 차별 개선은 언급되어 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 지방차별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지방은 없다'는 비판이 잘못이 아님을 확인시켜준다.

우리나라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공생발전을 빼놓고 공생발전을 말할 수 있는가? 경축사에서 사회통합과 상생발전을 말하면서 왜 '갈라지는 서울과 지방' '무너지는 지방'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가? 이념의 정치로부터 생활정치로의 정치의 진화를 말하면서 왜 중앙집권적 정치로부터 지방분권적 정치로의 진화는 말하지 않는가? 경축사는 여전히 중앙집권적 사고와 수도권 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 수도권 인구가 49.0%에 달함이 밝혀졌다. 10년 전 2000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46.3%였다. 이 추세로 가면 2015년경에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을 넘게 될 것이다. 수도권의 은행예금 비중은 2006년에는 68.7%였는데 2010년에는 72.0%로 증가하였다. 은행대출 비중은 2006년에 67.1%였는데 2010년에는 70.1%로 증가하였다. 대형소매점 판매액을 보면 2006년 수도권 비중이 60.7%였는데 2010년에는 61.0%로 증가하였다. 백화점의 경우 65.6%에서 66.1%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자료는 인구, 금융, 유통 등에서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 교육과 문화 부문에서 존재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와 지방 차별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프리미엄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부문에서 큰 폭으로 존재한다. 예컨대 대학의 경우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수도권 대학의 프리미엄이 20%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오직 수도권에 소재한다는 이유 때문에 수도권 대학들이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소득세의 74.7%와 법인세의 79.0%가 수도권에서 징수되고 있는 상태에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지난 5년간 더욱 하락하였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2007년 90.5%에서 2011년 90.3%, 인천시는 69.8%에서 69.3%로 변함없이 높은데 반해, 부산시는 62.9%에서 56.4%로, 대구시는 63.9%에서 53.5%로, 광주시는 54.2%에서 47.5%로, 대전시는 72.1%에서 57.2%로 각각 대폭 하락하였다.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재정자립도 하락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경제력 격차 확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폐기하였다. 자유시장경제의 논리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공생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경축사에서 제시된 '함께 발전하는 따뜻한 시장경제'가 되려면 비수도권이 자립할 때까지는 수도권 규제를 확고히 유지해야 하며, 수도권 집중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수도권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 대한 차별을 없애며 기업활동과 교육투자에서 대폭적인 지방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산업연관을 제고시키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공생발전 없는 공생발전은 허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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