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4대 악재 극복, Post 2011로 보상받자

2007년 3월 27일 대구시가 케냐 몸바사에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날, 그 현장에 있었다. 시간은 흘러 대회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와 있다. 지지부진하던 대회 열기도 잔뜩 고조돼 있다.

그런데 지난 4년 5개월 동안 대구시와 2011 대구 대회 조직위원회의 준비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기자는 근본적으로 이 대회 유치에 의문을 갖게 됐다. 대구가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이란 검증되지 않은 명분에 집착, 대회를 잘못 유치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세계육상대회가 대구를 세계적인 도시의 반열에 올려놓고, 엄청난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대회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상이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시설 등 인프라 구축, 광고 수익 등을 통한 잉여금 창출, 경기력을 통한 국위 선양 등 무엇 하나 제대로 건질 만한 게 없어 보인다. 대구시가 2003년 이맘때 개최한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내세울 것은 오직 대구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명분뿐이다. 대회 조직위는 대구 대회가 TV 중계를 통해 세계 80억 명에게 노출된다고 하니, 추상적인 시청자 수로 위안 삼아야 할 따름이다.

그동안의 취재과정에서 만난 가장 큰 의문은 '세계 육상 최강국' 미국이 이 대회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육상대회는 유럽 7개국에서 9번, 일본에서 2번, 캐나다에서 1번 열렸다.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의 종주국으로 축구(Soccer)가 인기 없는 보기 드문 나라이지만 1994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또 차기 월드컵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이 왜 세계육상대회를 외면했을까?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회로 만들 자신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의 육상만큼이나 인기 없는 축구대회를 유치해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대회의 하나로 만든 미국과 미국의 도시들은 육상대회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또 우리 정부는 왜 속성을 달리하는 노무현, 이명박 양대에 걸쳐 대구 세계육상대회에 대한 지원을 외면했을까? 양 정부는 대신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를 이어 올인했다. 몸바사에 가기 직전 대구시는 애걸복걸해 노무현 대통령을 대구스타디움에 모셨고, 이 장면을 CD에 담아 개최지 투표 직전 프레젠테이션 때 제시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 정부가 추진한 일이고, 광역단체장도 민주당이 차지한 지역임에도 현 정부는 강원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광분하다시피 했다.

세계육상대회는 국내 대기업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대구 대회 유치 전제 조건으로 삼성을 스폰서로 영입할 것을 대구시에 주문했고, 시는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에 온갖 애정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동'하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스폰서인 삼성은 마지 못해 세계육상대회의 스폰서가 된 것이다.

이처럼 세계육상대회가 정부, 기업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저변에는 경제논리가 깔려 있다. 이미 지어놓은 경기장 한곳에서 단일 대회를 치르는 실정상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에게 인기 없는 종목에, 미리 사놓은 땅도 없는 곳에 앞장서서 지원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게다가 세계육상대회는 북한마저 외면한 국내 대회로 남게 됐다. 정치적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 대회 열기를 지폈으나 현재까지 대회 참가를 외면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환영받지 못한 대구 세계육상대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이유는 국제대회 유치에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다. 또한 온전히 대구의 힘으로 준비한 이 대회를 보란 듯 성공시켜 '포스트(Post) 2011'의 기반을 조성하자는 의미에서다. 비록 인기 없고 경제적으로 남는 게 없지만 세계육상대회는 결코 쉽게 열 수 있는 대회가 아니며 대구를 국제도시의 반열에 올려 놓기에 충분하다. 대회 성공 개최는 시민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대회 유치의 두 주역으로,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녕'김범일 전'현직 대구시장은 시민들이 쏟은 정성을 정부로부터 보상받는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김교성(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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