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두만한 사과, 쭉정이 벼, 오징어 품귀…

이상저온에 한숨짓는 農心

안동시 풍산읍 목현마을 황현국 씨가 궂은날씨로 인해 열매가 자두 크기 정도에 그친 사과를 만지고 있다. 엄재진기자
안동시 풍산읍 목현마을 황현국 씨가 궂은날씨로 인해 열매가 자두 크기 정도에 그친 사과를 만지고 있다. 엄재진기자

올해 과일 등 원예작물 작황은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봄 개화기 이상저온으로 냉해를 입어 수량이 줄어든데다 여름 내내 잦은 비와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저하, 품질하락 등이 엎친 데 덮친 것이다.

벼농사도 마찬가지. 이미 궂은 날씨로 예년에 비해 이삭이 패는 출수기가 늦어진 데다 작황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출수 이후 날씨 전망도 그리 좋지 않다. 오징어와 문어 등 수산물 어획량도 크게 줄어 추석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과 등 원예작물 대흉작

사과와 배 등 추석 차례상 주메뉴인 과일의 작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2천980여㏊로 전국 최고의 사과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안동지역은 곳곳에서 농민들의 한숨이 터져나온다. 봄철 냉해로 수정률이 떨어지면서 10~20%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품성 있는 대과(大果)는 찾아볼 수 없고 열매가 자두 크기에 불과한 것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갈색무늬낙엽병, 탄저병 등 병해충마저 퍼져 과수농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동시 풍산읍 서미2동 목현마을에서 1만㎡의 사과농사를 짓는 황현국(55) 씨는 "일 년 내내 농사에 악영향을 주는 이런 날씨는 평생 처음이다. 수확할 사과라도 있을지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강석진 경매사는 "이제 막 출하되기 시작하는 홍로 경우 20㎏들이 상품 1상자에 지난해 추석밑보다 5만원 이상 오른 20만원 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벼 작황은 출수기 이후가 관건

벼 작황의 경우 이삭이 팬 이후 알속이 영글어가는 시기의 기후가 작황을 결정 짓기 때문에 9월부터가 관건이지만 제대로 된 작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권오성 작물기술담당은 "올해 포기(이삭)당 출수율은 벼알 개수가 90~100개 안팎으로 예년 수준이지만, 앞으로의 기상조건이 문제다. 열매 속이 영그는 데 필요한 충분한 일조량이 보장되지 않으면 쭉정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지역 최대 벼농사 지역 풍천과 풍산지역 경우에는 잎도열병과 목도열병 등 병해충이 기승을 부려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수산물 어획량 급감

동해안 수산물은 오랫동안 지속된 냉수대가 어군형성마저 어렵게 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울진군과 후포'죽변 수협 등에 따르면 청어를 제외한 모든 어종의 어군이 형성되지 않아 어획량은 예년보다 절반 이상 떨어지고, 가격은 30% 이상 올랐다. 올 들어 7월까지 울진연안 등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는 1천1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418t의 절반 아래다. 오징어 판매 가격은 마리당 2천원(활어기준) 선이지만, 추석 수요가 본격적으로 맞물리면 2, 3배 이상은 뛸 것으로 울진군은 전망했다.

지난해 7월까지 460t 잡혔던 대구는 올해 121t, 도루묵은 283t에서 87t, 복어는 714t에서 425t으로 각각 급감했다. 특히 제수용으로 자주 오르는 문어와 가자미 등의 어획량이 줄어 추석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어는 364t에서 271t, 가자미는 505t에서 463t으로 각각 감소했고, 가격 역시 지난해 kg당 11만3천원 하던 문어가 올해 45%나 오른 16만4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