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기 3년간 북한 이탈주민 사회적응 지원 '살가운 美대사'

퇴임 앞두고 대구 북한이주민지원센터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슨

퇴임을 앞둔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가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대구 감삼동 북한이주민지원센터를 방문, 이주민들을 격려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퇴임을 앞둔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가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대구 감삼동 북한이주민지원센터를 방문, 이주민들을 격려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감삼동 북한이주민지원센터에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큰 키의 외국인 여성이 눈에 띄었다. 금발의 그는 노란색 두부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계란과 채소 등으로 버무린 밥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북한 이탈주민 10여 명과 함께 북한 음식'두부밥'을 만드는 중이었다.

주인공은 퇴임을 앞둔 캐슬린 스티븐슨(한국명 심은경) 주한 미국대사.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북한 이탈주민의 지역적응교육 수료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달려왔다고 했다.

"이렇게 꾹꾹 눌러담는 거 맞아요?" 이날 일일 명예교장을 맡은 스티븐슨 대사는 북한 이탈주민의 도움을 받으며 두부밥을 제법 능숙한 솜씨로 만들어냈다. 북한에서 명절 때 자주 먹는 음식이라는 말에 그는 "미국에서도 두부를 자주 먹어요.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아요"하며 웃었다.

3년 전 주한 미국대사에 임명된 이후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아낌없는 노력을 쏟았던 스티븐슨 대사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에도 북한 이탈주민들을 찾아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걱정을 했다.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들이 어려움 없이 새로운 사회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또 수료식이라는 이런 뜻깊은 자리에 초대받아 영광입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스티븐슨 대사는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이탈 대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수료생 한 명 한 명이 한반도의 화해와 희망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앞으로 겪을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대구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스티븐슨 대사는 또 "한반도 분단은 20세기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다. 앞으로 미국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국인들이 원하는 통일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스티븐슨 대사의 말에 북한 이탈주민들은"TV에서만 보던 대사님을 직접 보게 돼 엄청난 행운이다. 우리말로 또박또박 축하한다며 희망을 잃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감격했다"고 말했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허영철 소장은 "지난해에는 대학 졸업생 30여 명을 관저로 식사 초대도 해주셨고 올 9월부터는 미 대사관에서 북한 이탈주민의 영어강의를 전담할 원어민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떠나는 마지막 일정까지 북한 이탈주민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애쓰시는 스티븐슨 대사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실제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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