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남북러 가스관 연결, 왜 필요한가?

북러 양국이 남북러 가스관 연결에 합의했다. 가능할까? 이미 한러 양국은 2008년 정상회담에서 이 사업에 합의했다. 삼각협력에서 이제 남은 축은 남북 합의다. 최소한 가스관이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남북관계란 어느 수준일까? 에너지 안보는 모든 국가들의 사활적 과제다. 이제는 에너지 수송로를 둘러싸고, 세계의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분단 이후 대한민국은 섬으로 살아왔기에, 육지를 통한 파이프라인은 낯설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파이프라인 수송로의 정치를 이해할 때다. 중요한 전략적 선택의 시점이다.

우선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의 수입, 즉 PNG 사업은 왜 필요한가? 우선적으로 LNG에 비해 싸다. LNG는 액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LNG는 대규모 저장시설이 필요하지만, PNG는 소비량에 따라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우리는 4계절의 특성으로 주로 겨울에 난방을 많이 한다. 그런 점에서 PNG는 계절적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 2008년부터 우리도 러시아에서 LNG를 수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다. 중동의 정치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로 가격도 인상되고, LNG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연히 물류비용도 높다. 천연가스의 공급을 다변화할 때다. 그래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

PNG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약점은 리스크다. 200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유럽에 가스 공급이 며칠간 중단된 적이 있다. 수송로의 안정성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즉 구소련과 유럽의 PNG 사업은 이미 냉전시대 시작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68년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1973년에 서독으로 연결되었다. 냉전시대 파이프라인은 갈등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2006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탈냉전 이후 통과비용을 둘러싼 재협상이 원인이었다. 동북아와 사정이 다르다.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수송로의 정치에서 공급 국가의 일방적 패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파이프라인이 설치되면, 수요 국가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든다. 다시 말해 본전을 뽑기도 전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급 국가와 수요 국가는 상호의존적이다.

문제는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사할린에서 북한을 우회해서 해저로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수 없다. 그러면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문제로 만약 북한이 가스관을 훼손하거나, 또는 가스를 자기 맘대로 훔쳐갈 가능성은 없는가?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너무 과도하다. 북한은 통과 국가다. 통과료는 일반적으로 현물, 즉 가스를 준다. 현재 한러가 합의한 연간 100㎥(700만t)의 통과료는 약 7㎥(60만t)이며, 이것은 현재 북한 발전량의 20%에 해당한다. 북한 리스크로 문제가 발생해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북한 역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감수해야 한다. 북한도 가스관에 에너지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남북관계는 가스관 통과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우발적 사건을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핫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정도 남북관계로 가스 유출이나 가스관 파열 등 돌발 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군사적 긴장은 얼마나 높은가? 남북 모두에서 전쟁담론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PNG 사업을 이제 결정할 시점이다. 만약 중국 동북지역의 천연 가스 수요가 한국 수준에 이른다면, 사할린의 가스는 남하가 아니라, 곧장 중국으로 갈 것이다. 다행히 아직 중국 동북지역의 가스 수요는 미미하다. 그래서 시간이 있다. 사할린의 가스 수요자가 제한된 현재의 시점이 가격협상에서도 유리하다. 그리고 파이프라인은 한번 건설되면, 최소 30년은 안정적이다.

이제 한국 경제의 미래는 대륙경제권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중국에는 시장이 있고, 러시아에는 에너지가 있다. 북한이라는 다리를 넘어야, 중국의 동북지역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에 연결된다. 가스관 연결 사업은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확인해준다. 그런 시각을 결여한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이 아쉽다. 늦지 않았다. 에너지 안보의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김연철(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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