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개최에 비인기 종목이라서…" 공영 무색한 KBS

TV편성 홀대 비난 쏟아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주관 방송사인 KBS가 27, 28일 세계육상대회 경기를 일부 시간대에만 방송하자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육상을 좋아하는 시민들과 전 세계 선수단 및 임원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는 '한국에서 하는 대회인데 한국에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곳곳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직장인 이황필(44'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안방에서 방송을 통해 모든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며 "지방인 대구에서 대회를 하고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어서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변죽만 울리는 KBS

시민들과 외국에서 온 육상 관계자들은 당연히 하루 종일 집에서 다양한 종목의 육상 경기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고, 또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대회 경기장면을 개최지인 대구에서는 TV 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일부 시간대만 제외하고 볼 수 없다.

2011 대회 본부 호텔인 인터불고호텔에 투숙한 해외 각국의 육상임원 및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하는 대회인데 중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객실에 있는 외국인 손님들도 로비로 전화해 육상 중계채널에 대해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의 한 육상 임원은 "이번 대회는 전 세계의 눈이 쏠린 이벤트인데 개막식만 중계하고 예선 경기는 중계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한 방송 엔지니어는 "지상파방송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세계 각국 선수단 및 임원들이 묵고 있는 선수촌이나 호텔 등에는 대구스타디움 안에서 생중계되는 10개의 CA TV 라인을 밖으로 빼내 볼 수 있도록 기술적인 조치를 할 수 있었는데 아무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호텔 인터불고 이병택 고문은 "호텔의 잘못이 아니지만 외국인들의 항의로 본의 아니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며 "왜 우리나라 TV 채널에 육상대회가 중계되지 않는지 외국인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서울 소재 방송사이다 보니 대구에서 치러지는 대회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 끌 만한 소재 약해

KBS는 이번 세계육상대회에 직원의 10%인 330여 명을 투입, 주요 경기 생중계 등을 통해 역할을 다하려 하고 있지만 시민들과 해외 육상 관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KBS는 대회 개막일인 27일 KBS 1TV를 통해 오전 8시 40분 '2011 대구 세계육상 여기는 대구스타디움' 코너를 통해 여자 마라톤,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개막식을 생중계한 것이 전부다. 대구KBS에서 '조선 최초의 마라토너 6인의 레이스'를 제작해 오후 시간대에 50분간 방영했다. 나머지 시간대는 모두 토요일 정규 편성에 준해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튿날인 28일 역시 오전에는 1시간만 '2011 대구 세계육상 여기는 대구스타디움'을 내보내고, 오후에는 남자 800m 준결선과 여자 멀리뛰기 결선 그리고 우사인 볼트가 출전한 남자 100m 결선 등 주요 경기만 생중계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KBS는 있는 현실에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냐? 국민적인 관심이 떨어지고, 비인기 종목이어서 종일 편성이 힘들다"고 답변했다.

또 "KBS는 65억원의 중계권료를 내고 국제신호(IS)에 약속한 화면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며 "수영 박태환이나 피겨 김연아 같은 스타가 없다. 종일 편성을 했을 때 비인기 종목인 육상에 광고가 붙겠느냐? 이 같은 현실 때문에 공영방송인 KBS가 육상대회를 맡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세정'권성훈'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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