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남자 110m 허들 경기는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의 실격과 '신예'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의 급부상, 데이비드 올리버(미국)의 부진 등 이변의 연속이었다.
먼저 로블레스가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당한 것은 선수 본인의 잘못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허들 경기는 트랙 레인 폭 1m25 안에 최대 폭 1m22인 허들을 놓고 레이스를 펼치다 보니 190cm가 넘는 장신 선수들 간 신체 접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특히 리드 발(뻗는 발)이 서로 다른 선수가 레인에 나란히 서서 레이스를 하다 보면 부딪치는 경우가 잦다. 허들 선수들은 허들 가운데로 넘지 않고, 오른발을 리드 발로 사용하는 선수는 오른쪽 끝으로, 왼발이 리드 발인 선수는 왼쪽 끝으로 넘기 때문이다. 류샹과 로블레스는 둘 다 왼발을 리드 발로 사용하긴 하지만 0.01초를 다투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계속 같이 달릴 수밖에 없어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 때문에 허들 폭을 줄이는 등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차원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이날 경기에서 로블레스는 의도성이 보이지 않아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 같지만 IAAF에서 이례적으로 실격 처리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리처드슨의 탄생과 올리버의 몰락이다. 리처드슨은 준결선 때부터 몸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고, 결국 행운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처드슨은 다크호스였지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반면 올리버는 올해 가장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컨디션 난조인지 몸이 무거워 보였다. 올리버의 부진은 이날 경기의 최대 이변 중 하나다.
류샹의 변화도 눈에 띈다. 류샹은 지금까지 출발해서 8보로 첫 허들을 넘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7보로 바꿨다. 그래서 출발 반응 속도가 좀 떨어졌다. 류샹이 8보로 넘을 땐 출발 반응 속도가 빨랐다. 류샹은 7보로 바꾸면서 빠른 스타트 대신 레이스를 펼치면서 따라잡고 역전하는 작전을 세운 것 같다. 이날 경기에서 출발 속도는 로블레스보다 늦었지만 허들을 넘으면서 따라잡았다.
이날 로블레스의 실격과 올리버의 부진에는 레인 배정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세계 최강자들이 4~6레인에 나란히 서면서 긴장감이 배가 됐고, 부담감과 지나친 경쟁심으로 실수, 충돌이 잇따른 것 같다. 류샹은 2007년 오사카 선수권대회 땐 일부러 8번 레인을 배정받아 우승했다.
이날 경기 기록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는 날씨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보통 28~30℃에서 좋은 기록이 나는데 이날은 저녁이고 날씨도 선선했다.
오성관(대구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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