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0m에 이어 남자 110m 허들에서도 세계 육상 팬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실격 소동이 또 발생했다.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결선에서 세계 기록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가 '난적' 류샹(28'중국)과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를 제치고 13초14의 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실격' 처리되면서 금메달을 내줬다. 이유는 진로 방해. 중국 측의 이의 제기를 받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경기 후 비디오 판독을 거쳐 5번 레인에서 달리던 로블레스가 9번째와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 바로 옆 6번 레인에서 달리던 류샹의 신체를 접촉, 방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IAAF의 규정집 163조 2항에 '레이스 중 상대 선수를 밀거나 진로를 방해하면 그 선수를 실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쿠바도 곧바로 IAAF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2위로 골인한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이 1위, 3위 류샹이 2위, 4위였던 앤드루 터너(영국)가 3위에 각각 올라섰다. 류샹은 다 잡은 우승을 눈앞에서 놓쳐 버렸고, 리처드슨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류샹은 안방에서 열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수술을 받으며 주춤했고,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재기하려 했지만 '진로 방해'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출발 반응 시간이 0.171초로 셋 중 가장 늦은 올리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르다 두 번째 허들에서 걸리면서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일찌감치 뒤로 밀려 '빅 3' 간의 진검승부를 연출하지 못했다. 올리버는 결국 13초44의 기록으로 5위에 그쳤다.
이날 경기는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레이스였다. 로블레스는 출발 총성과 함께 가장 빠른 출발 반응 속도(0.150초)로 치고 나가 가장 앞서 달렸지만 류샹이 유연한 허들링으로 폭발적인 질주를 하며 여섯 번째 허들에서 거의 따라잡았고, 일곱 번째 허들을 넘으면서 앞지르기 시작,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아홉 번째 허들을 넘다가 살짝 걸린 로블레스가 균형을 잡으려다 오른손으로 류샹의 왼손을 건드렸고, 흔들린 류샹은 열 번째 허들에서 왼쪽 다리가 살짝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직후 로블레스가 다시 류샹의 손을 아예 잡아채면서 류샹은 완전히 균형을 잃어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하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류샹은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내가 균형을 잃은 것 같다"며 "상황 자체는 안타깝지만 경기는 경기일 뿐이고 트랙 밖에서는 친한 친구"라며 로블레스를 책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고 우승 자격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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