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2층. 평일 오전인데도 관람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색깔별로 상의를 맞춰 입은 초등학생들과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스탠드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각국의 출전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할 때마다 학생들은 환호성과 함께 힘차게 박수를 쳤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왔다는 이기훈(15'대구 운암중) 군은 "400m 허들 경기를 처음 직접 봤는데 정말 박진감이 넘친다. 기회가 된다면 스타 선수들이 나오는 경기도 보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예선 경기가 집중된 평일 오전 대구스타디움이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인기 없는 경기가 대부분인데다 일반인들이 오기 힘든 시간이라 '사표'(死票)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던 염려는 기우가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첫 평일 경기가 열린 29일 오전 입장객 수는 주말 오전 관람객을 앞질렀다. 이날 오전 입장객은 2만9천327명으로 판매된 입장권 3만845장의 86.2%가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토요일 오전(77.9%)과 일요일 오전(64.8%) 입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조직위는 현장체험 학습으로 학교에 단체 판매한 '꿈나무 프로그램'이 입장률을 크게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입장료의 60%를 할인해주는 이 프로그램으로 전체 입장권 45만4천 장의 38.6%인 17만5천 장을 판매했다.
단체로 경기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부담 없이 경기를 관람하며 세계대회의 즐거움을 누렸다. 김성령(13'상원중) 군은 "TV에서 볼 때는 지루했던 원반던지기 경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했고, 정연수(12) 양은 "경기장에 오자마자 우사인 볼트가 아쉽게 부정 출발했던 100m 경기 출발선으로 가봤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관전 매너는 여전히 부족, 학교에서 출발 전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도중 자리를 뜨면서 다른 관람객의 시선을 방해하거나 경기는 뒷전인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기도 했고, 심지어 교복을 입은 채 경기장 구석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외국 취재진은 이에 대해 "관전 매너는 선수들의 성적과 직결되는데 학생들이 관전 태도까지 배우고 온 것 같지는 않다"며 꼬집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단체관람 학생들이 관람석을 산만하게 오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미리 교육을 한 뒤 경기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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