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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의는 금지보다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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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내년 상반기에 음반 심의 업무를 민간으로 완전히 이양하기로 했다. 또 19세 미만의 기준을 19세 미만과 12세 미만으로 나누어 심의한다. 최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과 관련한 가사가 들어간 곡을 청소년 유해 음반으로 지정하면서 여론이 들끓자 내놓은 개선안이다.

음반 심의 역사는 오래 됐다. 국가 출범 초기에는 월북 작곡가, 작사가의 곡들이 금지됐다. 1962년 출범한 방송윤리위원회는 표절, 왜색 가요, 표현 저속 등을 이유로 많은 곡을 금지했다. 이미자 씨의 '동백아가씨'가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된 것도 이때다. 유신체제가 되면서 심의는 정치색을 띠었다. 운동권 노래의 대표 주자였던 김민기 씨의 곡은 모두 금지됐다. 또 반전 가수로 국내에서도 번안해 많이 불렸던 피트 시거도 외국 가수로는 드물게 전면 금지됐다. 표현의 자유에 정치가 개입한 것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에는 이러한 곡이 대부분 해금됐다.

역사에 나타나듯, 심의는 국가가 정치 논리나 설득력 없는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에 문제였다. 현재도 많은 민간 전문가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주도권은 여성가족부에 있다. 이번 개선안은 이러한 심의를 완전히 민간 기구에 이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심의는 언제나 상충한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는 국가가 정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계층의 문화적 역량에 따라야 한다. 심의에서 문제가 되면 음반 판매나 방송 제한의 불이익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정작 실수요자에게는 '금지'가 큰 의미가 없다. 이런 뜻에서 노골적이거나 미풍양속을 뚜렷하게 해치는 내용이 아닌 한, 심의는 금지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더 중요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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