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언론사들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언론사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위가 다르지만 '지방정부가 준비한 대회'라는 선입견을 공통으로 깔고 있어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31일 한 스포츠신문은 "(이번 대구 대회에서)단연 최악은 구민체육대회에서나 어울릴 법한 대회 조직위원회의 운영능력"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관람이 어려운 스타디움 일부 좌석을 대형 현수막으로 가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사람들이 많아 보이게 하려는 의도의 꼼수"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 국제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이라는 게 스포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른 한 일간지는 스타디움 구내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질을 문제 삼아 "개밥 소리가 나올 정도"라면서 '아마추어' 대구라는 자극적 제목을 뽑았다. 또 다른 한 신문은 교통'숙박 등의 불편을 비판하면서 '총체적 부실' '운영 실격'이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한 언론사는 대회가 겨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벌써부터 '대구의 실패가 평창에는 교훈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일부 방송사들은 "선수들이 내년 런던올림픽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기록이 저조하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철부지 어린아이라도 잔칫상에 이처럼 고춧가루를 뿌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익과 사적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조직위원회는 물론 시민들까지 나서 대한민국을 알리느라 갖은 고생을 하고 있지만 서울지역 언론으로부터 욕만 먹고 있다"며 "지방이라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형 육상대회를 개최하다 보니 부족한 면도 노출될 수 있다. 자국 망신 주기에 앞장서고 있는 일부 서울지역 언론과 달리 외국 선수단과 취재진은 대구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선수촌에서 만난 러시아의 멀리뛰기 선수 다르야 클리시나는 "선수촌 아파트가 아주 쾌적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고 했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기자는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비롯해 이렇게 IT 환경이 잘 돼 있는 스타디움은 처음"이라고 만족해했다.
대구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스타들의 몰락과 기록 부진은 안타깝지만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깃거리는 더 풍성해지고 있다"며 "국내 육상 발전의 새로운 초석을 놓는 노력에 몽니만 부린다면 그나마 남아있던 힘마저 빠지기 마련"이라고 씁쓸해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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