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14'봉화중 2년) 양은 지난달 말 방문한 '어머니 나라' 태국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이국적인 풍경은 은지 양을 매혹시켰다. "태국 사람들이 그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어요. 황금색으로 도색한 왕궁과 수상시장, 파인애플 농장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처럼 아름다운 나라에서 자란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북도교육청이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모나라 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화제다. 참가 학생은 물론 학생들의 부모, 인솔 교사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 도교육청은 보다 많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해마다 늘어나는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어머니의 나라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갖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예산 3억원을 들여 마련했다. 경북의 다문화가정 초'중'고교생은 현재 3천 명으로, 2006년 569명에 비해 5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말 가정 형편 때문에 어머니의 나라에 가지 못하는 지역 다문화가정 중'고교생 122명에게 중국(54명), 필리핀(39명), 베트남(14명), 태국(15명) 여행 경험을 선물했다. 6월 말 초교생 95명을 어머니 나라에 보내준 데 이어 두 번째 시도였다.
참가 학생들은 저마다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했다.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고 어머니의 나라 필리핀에 다녀온 김지영(16'경주여자정보고 1년) 양은 마닐라의 한 학교에서 악단 연주와 합창으로 귀빈 대접을 받은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양은 "친절하고 밝은 필리핀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 엄마도 필리핀에선 이렇게 밝은 사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에 목이 메었다"며 "앞으로는 엄마에게 좀 더 잘 해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은 어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들이 보다 성숙해지고 자신감도 커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 지영 양의 아버지 김태환 씨는 "아이가 사춘기여서 아내와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는데 요즘은 한결 가까워진 듯해서 마음이 놓인다"며 "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이런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방문단을 인솔한 창포중 김창욱 교장은 "사춘기에 접어든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에서 남다른 자신의 외모, 어머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매사 소극적이어서 안타까웠다"며 "여행을 통해 한층 표정이 밝아진 학생들을 보니 그들에게 이번 경험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반응이 뜨겁자 도교육청은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내년에도 이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경희 교육과정과장은 "앞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