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가슴으로 형에게 달려가는 동생

가슴 한 켠에 늘 머물러 있는 이들이 가족이다. 세월이 만들어낸 미움의 감정도 있지만, 그것마저 아스라이 그리운 이들이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들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가족"이라고 말했다. 가족은 머리가 아닌 가슴,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스트레이트 스토리'(1999년'사진)는 가슴으로 형에게 달려가는 동생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적인 영화다.

73살의 앨빈 스트레이트는 언어 장애가 있는 딸 로즈와 단 둘이 아이오와 시골에서 살고 있다. 몸이 불편해 목발을 짚어야 할 정도로 노쇠한 노인. 어느 날 형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전화가 온다. 형과는 묵은 감정이 있어 연락을 끊고 지낸 지 오래다.

그는 형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려고 한다. 노안에 허리도 안 좋아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잔디 깎는 기계를 개조한 트랙터를 타고 시속 4마일로 6주간의 여행을 떠난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라고 하면 섬뜩하고 기괴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트윈 픽스', '이레이저 헤드', '블루 벨벳' 등 그의 작품은 악몽처럼 참혹한 시각적 이미지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런 그가 월트디즈니의 제작으로 그 어떤 폭력이나 몽환적 느낌 없이 서정성 짙은 영화를 찍은 것이 '스트레이트 스토리'다. 제목은 스트레이트 형제의 이야기란 뜻이다. 그러나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곧장 가는 이야기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일종의 로드 무비인 이 영화에서 앨빈은 여행 도중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 날의 부질없는 욕망과 선택, 과잉된 감정 등도 얘기한다. 격정도, 분노도 없이 생을 초연히 바라보는 한 노인의 눈을 통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가족이란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앨빈이 6주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형이 살고 있는 허름한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거친 세월을 겪은 두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옆에 앉아 들판을 본다. 그러다 형이 묻는다. "나를 보려고 저걸 타고 여기까지 왔니?" "응!" 이 말 뿐이었다.

둘은 촉촉하게 젖는 눈빛으로 진한 혈육의 진한 정을 느낀다. 눈빛 말고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둘이 어떻게 소원한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우리를 깨달을 수가 있다. 세상에 너무 늦은 화해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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