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싱글족에게 추석연휴는?… 가족보다는 나!

"명절 해외여행 문화로 정착"…성형수술 예약 환자 넘쳐

직장 생활 3년차인 김인경(27'여) 씨는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해 짧은 추석 연휴 탓에 이틀 휴가를 내고 4박5일 일정으로 태국 여행 계획을 짰다. 명절이면 서울에 있는 할머니집에서 친척들과 만나지만 최근 업무가 늘어나 혼자 쉬고 싶어 해외로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것.

김 씨는 "내후년쯤 결혼할 계획인데 결혼하고 나면 명절에 멀리 여행가기 힘들 것 같아 형편이 될 때 많이 가려고 한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께 많이 죄송스럽지만 꼭 추석이 아니더라도 주말에 찾아뵐 수 있으니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10일부터 4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지난해에 비해 짧은 연휴지만 해외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성형외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적잖다. 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싱글족'들이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추석용 편의점 도시락까지 나왔다. 일가 친척이 한데 모이는 명절이 휴가 기간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빨간날'이 사흘밖에 없지만 해외로 향하는 국민들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12일을 전후로 5일간(10~14일) 인천공항 이용객은 모두 51만5천723명으로, 지난해 추석 전후 5일간(2~24일)의 44만8천817명에 비해 14.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국제공항에는 방콕이나 홍콩으로 향하는 노선이 없어 대구경북 여행객 대부분도 인천이나 김해를 통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명절 해외여행'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모두투어 대구지점 이희남 차장은 "지난해보다 연휴가 짧다 보니 중국과 동남아 태국과 필리핀처럼 비행 시간이 길지 않은 곳이 인기 관광지로 뜨고 있다"며 "특히 이번 추석은 여름방학과 거의 맞닿아 있음에도 대구경북지역 여행 예약자가 720여 명이나 된다는 것은 변화한 명절 신풍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는 추석 기간 싱글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락까지 내놓았다. 편의점업체 보광훼미리마트는 도심에서 쓸쓸히 추석을 보내는 이들이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진수열찬 도시락'을 연휴 기간에만 판매할 예정이다. 도시락 반찬도 소불고기와 삼색나물, 고사리 무침, 오미 산적 등 추석 음식 10종류로 구성돼 있다. 훼밀리마트 KT스마트메디타워점 이용훈 점주는 "도시락 안에 든 반찬을 보면 추석 때 집에서 해먹는 명절 음식이 대부분이라서 고객들이 추석 분위기를 느끼기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휴기간을 이용해 성형수술을 하려는 시민들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때문에 추석 전부터 환자들의 상담과 예약이 이어져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병원도 생기고 있다. 대구 중구 김앤송성형외과 관계자는 "추석 기간에 영업을 하지 않다 보니 9, 10일에 쌍꺼풀과 코 수술을 원하는 환자 예약이 꽉 찼다"며 "보통 오후 6시까지 진료를 하지만 추석 연휴에는 2시간 연장해 모두 수술 일정으로 잡아놨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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