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년 동안 불량 소독약 사용한 軍의 안이함

박상천 민주당 의원이 14일 군이 공업용 메탄올이 섞인 불량 소독약을 장병들의 수술 부위 소독 등에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09년 3월 방위사업청과 소독용 알코올 전량을 공급하기로 계약한 R 제약회사가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소독약에 사용이 금지된 공업용 메탄올을 7~40%씩 섞어 납품해왔다는 것이다. 이 제약회사는 그래 놓고도 소독약 성분을 에탄올과 정제수로만 만든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방위사업청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올 2월까지 불량 소독약 2만 4천여 병을 군 의료기관 등에 배포해 장병들의 수술, 의료 기구의 소독 등에 사용했다. 3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R사의 불량 소독약 판매 사실을 발표한 뒤에야 실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사용 중지 조치를 취했다. 공업용 메탄올은 페인트, 부동액 등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소독약으로 쓰일 경우 시력 장애, 구토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올 들어 군의 보건 대책이 소홀해 사병들의 사망이 잇따른 데 이어 불량 소독약 문제까지 제기된 것은 군의 무사안일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2월 논산훈련소에서 한 훈련병이 중이염을 앓다 민간 병원 치료를 거절당하자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4월에는 뇌수막염을 앓던 훈련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 최근 5년간 군에서 8명의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 이 중 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장병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문제가 거듭되고 있지만 여전히 나아지고 있지 않아 군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불량 소독약 문제도 식약청 지정 검사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만 확인하고 별도의 품질 확인 조치를 하지 않아 비롯됐다. 군 의약품 납품 확인 시스템을 보완하고 보건 의료 체계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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