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아름답다. 주먹밥, 뻥튀기, 아이스케키 등은 지난날 가난했던 시절 '향수의 먹거리'로 남아 있다. 학교 앞 좌판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뽑기'를 하던 추억은 아련한 기억 속에서 유년의 달콤함을 자극한다. 최근 지난 추억을 자극하는 먹거리, 복고풍 디자인, 영화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달고나 뽑기'를 아십니까?
대구시 중구 덕산동 덕산빌딩 뒤쪽 입구 '추억의 뽑기' 집. 이곳에 가면 1960, 70년대 동네 골목길이나 학교 앞에서 코흘리개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뽑기'를 하며 옛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달고나 뽑기'란 설탕과 소다가루를 섞어 국자에 넣어 불에 녹인 뒤 이를 판 위에 넓적하게 눌러 놓고 굳기 전에 별, 하트, 배 모양 등의 무늬를 찍어 바늘로 조심스레 떼어내는 것이다. 무늬만 잘 떼어내면 한 판을 더 받아먹는 어린 시절 놀이 겸 간식거리였다.
어린 시절 아주머니가 벌여놓은 좌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늘로 조심스레 '8자' 모양의 뽑기를 떼어내던 추억이 아련하다. 다만 요즘에는 만드는 방식은 예전과 같지만 연탄불 대신 가스를 이용한다는 점만 바뀌었을 뿐이다. 마침 이곳을 찾은 옥진희(41·여·직장인) 씨는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했던 뽑기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자주 들른다"며 "집에 가져가 아이들과 함께 떼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달고나 뽑기뿐 아니라 지난 시절 '야바위'로 불렸던 게임도 할 수 있다. 통 안의 종이막대를 하나 뽑아 적힌 숫자가 자신이 지정한 숫자와 같으면 상품으로 뽑기 1, 2봉지를 주는 것이다. 설탕으로 만든 붕어, 잉어 사탕도 어린 시절의 달콤한 추억을 느끼게 한다. '추억의 뽑기' 집 주인 최화자(65·여) 씨는 "어린 추억을 되살려주고 싶어 뽑기 장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30여 년이 됐다"며 "옛 향수를 그리워하는 30~50대 회사원부터 호기심 많은 10대들까지 하루 40~50명이 찾는다"고 말했다.
◆추억의 먹거리
붕어빵, 호떡, 핫도그, 떡볶이 등 예전 길거리 음식이 식품 대기업들의 상품화로 추억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2006년 일찌감치 길거리표 떡볶이를 상품화한 '辛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이하 신당동 떡볶이)를 만들었다.
최근엔 매운맛을 내는 기존 '신당동 떡볶이'에 이어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궁중 떡볶이'도 추가 개발했다.
길거리 음식인 호떡도 인기다. 2005년 삼양사가 국내 최초로 '큐원 찰호떡믹스'를 선보인 뒤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도 줄줄이 호떡믹스(집에서 호떡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가루) 제품을 출시했다.
◆추억의 디자인
'추억을 팝니다.'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킨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70, 80년대 스타일을 오늘날의 현대적 감성과 접목시켜 따뜻하고 편안한 이미지와 느낌을 창조, 20대 젊은 층부터 40, 50대 소비자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일명 '카세트테이프'라 불리는 아이폰4의 케이스 '아이테이프'(itape)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 케이스는 최첨단 스마트폰 중 하나인 아이폰의 액세서리에 이미 '한물간' 카세트테이프 디자인을 결합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표 제품인 '다시다'의 디자인 콘셉트를 전면 교체했다. 1975년 첫 출시부터 한결같이 이어온 실사 중심 이미지와 강렬한 붉은색 조합으로 꾸며진 포장을 36년 만에 새롭게 바꾼 것. 새로운 포장은 첫 출시 당시 제품 이미지를 전면에 넣음과 동시에 다시다를 상징하는 광고카피인 '고향의 맛'과 '그래 이 맛이야'라는 문구를 전면에 배치해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향수 자극 영화 '써니'
영화 '써니'는 교복 자율화 시절 학창시절을 함께한 칠공주가 1980년대 발랄했던 그 시절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옛 학창시절을 그리고 있는 '써니'는 '추억 신드롬'을 자극하며 700만 명이 넘는 누적 관람객을 확보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가족에게만 매여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추억 속 친구들을 찾아나서 그 시절 눈부신 우정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자신과 만나게 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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