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 민족의 맥주 사랑은 각별하다. 최근 고고학자들이 독일 바이에른 북쪽 도시 '쿨름바흐'에서 기원전 8세기 것으로 보이는 무덤을 발굴했는데 거기서 커다란 맥주잔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17세기에 폐허가 된 하이델베르크 고성(古城)에 거대한 맥주통이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당시 대학생들은 맥주로 '교황 놀이'를 했다. 원탁에 둘러앉은 학생들은 가운데 뱅뱅 돌아가는 나뭇조각 끝이 자신을 가리키면 1천cc를 들이켠다. 한 잔씩 마실 때마다 계급이 올라가는데 평민에서 백작, 후작, 황제에까지 오른다. 황제보다 영광스런 자리가 대학생이며 다음이 추기경, 그리고 마침내 교황의 권좌에 오른다. 교황이 되면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피울 수 있으며 추기경에 의해 탁자 위로 올려진다. 그는 열두 구절로 된 '오 스승님' 노래를 부르며 맥주 12잔(1만 2천cc)을 마셔야 한다. 교황이 취해 굴러 떨어지는 순간 게임은 끝이 난다.
이런 독일의 맥주 문화가 결집된 것이 '옥토버페스트'다. 엊그제 17일부터 2011년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됐다. 이 축제는 1810년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왕이 작센-힐트부르크하우젠의 공주 테레제 샤를로테와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처음 개최했는데 지금은 방문객만 6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축제가 됐다. 뮌헨시 당국은 도심 한복판의 42만㎡에 달하는 광장을 제공한다.
그러나 옥토버페스트는 단순한 술 축제가 아니다. 독일 맥주는 국민 정서와 깊이 연결돼 있다. 그들이 좋아하는 토론 정치, 그리고 사회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된 것이 바로 국민주(酒)인 맥주의 힘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가 갖는 민주화의 힘은 대단했다. 하찮은 노동자라도 제후나 백작이 자신보다 나은 맥주를 마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국민주 앞에서의 평등은 사회적 대립에서 비롯된 갈등을 많이 순화시켰다. 해마다 봄이면 보크 맥주(알코올 도수가 최고 12도에 달하는 독한 맥주)를 마시려고 저마다 '비어가르텐'에 줄을 서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흥겹게 어울렸다." 1910년 노벨문학상을 탄 독일 소설가 파울 하이제(Paul Heyse)가 19세기 말 쓴 글이다.
독일 맥주는 이렇게 대중의 정치 인생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그것이 옥토버페스트의 이면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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