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사高 학생들, 학교를 떠난다…대구 4개교 5.5% 이탈 '전국 최고'

올 1학기 기준 4개교 79명 이탈…"내신성적 부담" 등 이유

대구 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에 입학한 A군은 기대에 부풀었다. 대학 교수와 연계한 심화학습과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 등을 통해 학교가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한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여긴 것. 하지만 한 학기를 보낸 후 A군은 기대를 접었다.

"선생님들도 자사고가 되기 전과 지금이 같고 교육과정도 변한 게 별로 없잖아요. 일반계고에 다니는 친구와 비교해봐도 무엇이 차이가 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사고 학비가 비싼 이유를 모르겠어요."

대구의 자사고 입학생 중도이탈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율형 사립고 입학생 중도이탈 현황'에서 대구 자사고들의 올해 1학년 1학기 중도이탈률(전학'자퇴'휴학)은 평균 5.5%로, 자사고를 운영하는 전국 13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대구 경우 계성고, 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 등 4개 자사고의 올해 신입생 1천428명 중 79명이 빠져나가 5.5%의 중도이탈률을 보였으며, 이어 서울 5.1%, 부산 5%를 기록했다. 학교별로는 서울 용문고의 중도이탈률이 26.1%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대구 경일여고가 9.8%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중도이탈률이 높았다.

이를 두고 학생'학부모들이 느끼는 교육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학부모 A씨는 "학비는 일반계고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면서도 교육과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며 "괜히 자사고에 아이를 보냈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B씨는 "비싼 돈을 들여 자사고에 보냈더니 수준별 방과후수업 외엔 두드러진 커리큘럼이 보이지 않아 학원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얻는 것 없이 내신성적 부담만 는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구 자사고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보다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경일여고 측은 원거리 통학과 내신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신입생 일부가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1학기 때 38명(정원 389명)이 빠져나갔으나 13명이 충원됐고 추가 입학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기숙사가 신축되면 원거리 통학에 대한 부담도 줄어 중도이탈 학생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3개 자사고도 비슷한 입장이다. 경신고 관계자는 "입학식 전 학생 5명이 나갔고 나머지 1명은 가족을 따라 서울로 이사를 간 것일 뿐이다. 이미 학생 충원도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대건고와 계성고 측은 "사회적배려 대상자 등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 일부가 빠져 나갔다"며 "대입에서 내신보다 대학별고사와 입학사정관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볼 때 자사고 진학이 대입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역별 전학 제도 차이도 중도이탈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 서울, 부산 등과 달리 중도이탈률이 높지 않은 대전, 울산은 자사고 입학 후 다른 시'도 학교로 가지 않는 한 동일 지역내 일반계고 전학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중도이탈률이 낮은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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