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산의 건강학

몸에 좋다는 등산, 무턱대고 하면 오히려 건강 해쳐

산을 찾기 좋은 계절이 왔다. 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기분이 든다. 등산은 자연을 만끽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다. 건강에 좋은 등산, 하지만 과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성인병 예방 도움

등산은 심장병, 당뇨병, 비만을 예방하거나 관리하고, 근력을 키우는데 더 없이 좋은 운동이다. 등산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며, 다리와 허리의 근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등산을 요통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적절한 운동요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산을 오르내리면 다리로 내려온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좋다. 몸속의 지방을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다. 뼈에 칼슘이 많이 들어가 뼈가 단단해져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인슐린의 효과가 강화돼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몸속의 혈당을 적절히 조절하게 된다.

산에 오르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들은 이를 '산림욕 효과'라고 설명한다. 나무가 자기방어를 위해 내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는 휘발성 물질(나무 향)로,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다. 테르펜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생리활성을 촉진해 마음이 안정되고, 살균'살충 작용을 한다. 숲에는 음이온도 풍부하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이온은 피로 회복이나 감기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는 대체의학의 하나로 산림요법이 자리 잡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준비나 사전 교육도 필요 없이 아무 때나 산에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등산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결코 만만한 종목은 아니다. 등산은 마라톤보다 운동시간이 더 걸리는데다, 시간당 칼로리 소모가 조깅이나 수영보다 높은 고강도 운동이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산에서 몸을 다치거나 심지어 급성 심장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등산은 안전사고 위험성이 가장 큰 운동 중 하나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19구조대가 산에 출동한 구조 건수는 1만2천894건에 이른다. 주요 구조 사유는 ▷실족 ▷길잃음 ▷질환 등이다. 질환 사고 중에는 심장질환, 근육경련, 탈진 등이 다수를 차지해 등산객의 건강상태나 운동능력이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등산에 대한 기본 훈련이나 안전요령조차 익히지 않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산행을 하기 때문에 사고를 부르는 것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무리한 등산을 하면 허벅지, 허리, 종아리 등에 근육통이 생긴다. 또 무리해서 걷거나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과 발목 관절이 손상되고 심하면 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잘못된 등산은 척추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전혀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준비과정 없이 갑자기 산에 오르면 허리에 부담을 줘 허리 염좌나 디스크가 탈출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급작스런 기온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등산을 할 때는 체온 보호 장비를 갖추는 것이 안전하다. 높은 산에 오를 때는 바람막이 재킷이나 스웨터, 모자 등 방풍과 방수 기능을 갖춘 등산용품을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산에 오르기 전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산에 오르지 않는 것이 좋다.

◆목적과 신체조건 고려해야

운동을 하는 데는 살빼기, 체력강화, 질병관리 및 예방 등의 목적이 있다. 따라서 목적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신체적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체력을 증진하기 위해 등산을 하겠다면, 적어도 20분 동안 숨이 약간 차는 느낌이 들도록 빠르게 걷자. 그리고 5분쯤 쉰다. 이런 식으로 3, 4차례 반복하는 것이 좋다. 즉 자기 체력의 60% 정도를 소모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의 강도다. 살을 빼거나 건강관리를 위해서라면 방법이 다르다. 이 경우엔 30~40분 동안 천천히 걸은 뒤 5분을 쉬는 식으로 3~5차례 반복한다. 체력의 30~40%를 쓴다는 생각을 갖고 산에 오르면 된다.

등산을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운동으로 하겠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2, 3차례는 해야 한다. 주말 산행이나 산악회의 정기등반만으로 운동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등산을 자주 하기 힘들다면 주중에 2, 3차례 정도는 빠르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해야 주말 등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산행 전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 오르막길에서는 가슴을 펴고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디며 걷는 것이 좋다. 특히 산에서 내려올 때는 체중이 허리나 무릎 관절에 적게 전달되도록 보폭을 좁혀 천천히 걸어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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