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당체계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쉐퍼 편저(1991, 위스콘신대학 출판부)
The End of Realignment? Interpreting American Election Era
모든 생명체는 발전하거나 퇴화하거나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결정적 변화(change), 즉 전환(transformation)의 순간은 대체로 예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모든 전환은 급작스럽다. 정치도 생명체와 같아서 유동적이며 일정한 방향으로, 혹은 지그재그로 변화해 간다. 다만 그 결정적 전환의 시점을 예상할 수 없을 뿐이다.
민주정치에서 변화를 추동하는 힘은 선거다. 모든 선거가 중요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혹은 어떤 결정적인 전환을 이끌어낸 선거가 있다. 정치학자들은 그러한 선거를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 부른다. 미국 정당정치의 역사를 중대선거를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학자(V.O. Key, Jr.)에 따르면 미국 정당정치의 결정적 변화를 만들어냈던 선거는 1800, 1828, 1860, 1896, 1932년 선거였다. 더불어 학자에 따라 1964, 1968, 1980년 선거가 추가되기도 한다.
예컨대 노예해방 문제가 핵심쟁점이었던 1860년 선거는 농업 중심의 남부 노예주와 상공업 중심의 북부 자유주를 가르면서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고,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회복이 핵심쟁점이었던 1932년 선거는 뉴딜(New Deal)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층, 즉 대도시 거주 (민주)당 조직원, 남부 백인, 지식인, 노동조합원, 가톨릭 신자, 유대인, 서부 거주자들의 연합을 형성하면서 민주당 지배를 확고히 한다. 1968년 선거에서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제정으로 인한 인종 갈등이 폭발하면서 흑인 유권자의 80% 이상이 민주당 지지로 전환하고, 남부 보수 백인의 민주당 이탈 현상이 나타난다. 키이에 따르면 이러한 중대선거의 원인은 정치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의 '변심', 말하자면 지지정당의 교체다. 중대선거의 결과는 지배정당의 교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일련의 사건들은 정당체계의 변화와 지배정당의 교체를 넘어서는 중대한 국면이 도래할 수 있음을 (고맙게도!) 예시한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한 인사의 출마의사표현에 일파만파의 반응이 일어나는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엄청난 실망과 염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수'교육감에 이어 '진보'교육감이 구속된 사태는 그들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기존'의 모든 것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존' 정당들의 '공멸'이 '공상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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