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토빈稅

금융위기는 이제 세계의 습관성 질병이 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3년 만에 세계는 또다시 금융위기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보다 위기 흡수력은 더 약해졌으며 마땅한 수습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도 세계경제는 주기적인 금융위기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음울한 전망도 나온다.

루크 리븐과 페이비언 발렌시아라는 경제학자가 2008년 국제통화기금 보고서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124회, 외환위기 208회, 국가부채위기가 63회나 됐다. 위기가 정상이 되고 안정 상태가 오히려 비정상이 된 것이다. 이들 위기 중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 부족으로 빚어진 것도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위기 등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도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금융위기는 (이들 국가)의 내부 약점이나 경제 기반과 전혀 상관없는 금융 공황 현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장이다. 그래서 로드릭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몰고 온 금융세계화를 '바보짓'이라고 부른다. 이를 누구보다 일찍 알아챈 사람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다. 그의 주장은 자본 이동성이 각국의 경제 실정에 맞는 고유의 재정'금융 정책을 추구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1978년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가 할 일은 지나칠 정도로 잘 돌아가는 국제 금융시장의 바퀴에 모래를 약간 던지는 것이다." 이른바 파생상품을 비롯한 국제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즉 토빈세(Tobin tax)다. 하지만 당시 토빈은 주류 학자가 아니었다. 그의 제안은 제안으로 끝났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주기화되면서 그를 주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토빈세를 도입해 개발도상국을 돕자고 제안했다. 파생상품을 포함한 국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면 최대 2천500억 달러(약 293조 원)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도국에 상당한 규모의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이뿐만 아니다. 더욱 좋은 것은 개도국만이 아니라 선진국도 금융위기의 주기화라는 비정상적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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