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통일한국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

통일한국의 실현은 7천600만 한민족의 최대 염원이다. 하지만 통일의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남북한 간에 체제가 다르고 경제력 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지정학적 조건의 복잡함 때문에, 남북한 간에 아직도 냉전체제와 정전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과연 남북 간 평화통일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하다.

남북한 간의 냉전체제가 풀리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남북통일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다른 조건들이 통일에 유리하게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남한과 북한 간에 워낙 큰 경제력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통일을 이루는 일은 지난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OECD의 2010년 한국경제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GDP는 남한의 2.7%(247억달러),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5.6%(1천60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북한 인구는 2천330만 명으로 남한 인구의 47.9%에 달한다. 한편 통일 당시 동독의 경제력은 서독의 33% 수준이었다. 동독 인구는 서독 인구의 25%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동서독 간 경제력 격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현격한 남북한 간 경제력 격차를 고려할 때 한국의 통일 비용은 독일에 비해 훨씬 클 것임에 틀림없다.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의 남북통일 비용은 최소 3천50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시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경우 부담해야 할 통일 비용이 가히 천문학적 수치에 달함을 알 수 있다. 2011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이 309조원인데, 통일 비용은 10년치 이상의 예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통일 비용이 천문학적 수치에 달하고 현재 남한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가 급속히 붕괴하는 것은 남한에도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체제가 경제파탄과 대중빈곤, 그리고 시대착오적 3대 세습이라는 정치경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 쉽게 붕괴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통일한국 실현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남북통일을 장기적 과정으로 보고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를 서서히 줄여나가면서 남북한 간 산업 연관이 증대하도록 남북한 간 경제협력 정책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분권의 원리에 따라 남북한 간 정치통합과 사회통합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분권의 원리가 통일한국에서 남북한 간에 적용되면 정치적 통일 이후 점진적인 사회경제적 남북통일 실현이 촉진될 수 있다.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가 워낙 심하고 오랜 기간의 남북 분단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차이도 크기 때문에 통일한국을 단일 국가체제로 구성해서는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통일한국은 어떤 형태로든지 연방국가로 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연방제는 북한이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와는 전혀 다르다. 북한의 고려연방제는 두 개의 정부, 두 개의 체제를 가진 하나의 민족통일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외교와 군사와 거시경제정책과 사회통합정책을 담당하는 연방정부 아래 남한과 북한이 독자적인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가진 몇 개의 지방정부로 구성되는 국가체제를 말한다.

통일한국의 연방제는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제와 유럽연합의 사례와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국가로부터 지방분권국가로 이행 중인 프랑스의 사례를 연구하고 남북한 간의 정치와 경제의 이질성을 고려하여 설계해야 할 것이다. 연방제하에서 통일한국은 지방분권의 원리에 따라 '연방정부-지방정부-기초자치단체'라는 중층적 행정 구조를 통해 운영될 것이다.

이러한 통일한국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먼저 남한에서 지방분권국가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방분권국가인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 경험을 토대로 미래의 연방제 통일한국을 유능하게 경영할 수 있는 국가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점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은 연방제 국가로서의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필수적인 제1단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김형기(경북대 교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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