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이 쓴 '밥'이란 시가 있다. '밥은 하늘입니다/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밥은 하늘입니다//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밥은 하늘입니다/아아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그 어느 시대보다도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굳이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나 동남아를 들지 않더라도 가까운 북녘땅 어린이들은 지금도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약 52만 명(보건복지부 결식 아동현황), 아동 17명 중 1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 약 16만 명의 아이들은 보호지원체계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일 2만4천 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목숨을 잃고 매년 1천여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세상에서 굶는 것만큼 서러운 게 없고 굶어 죽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없다. 밥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는 나라나 민족, 이념이나 선악을 넘어서서 곡 지켜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이달 10일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을 가진 밥밴드. 굶주린 아이들에게 밥이 되어 주고자 팀 이름을 밥밴드로 정하고 각종 공연 등을 통한 수익금으로 후원 활동에 나섰다. 하루 2회를 한 첫 공연에는 관객 500여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고, 밥밴드는 수익금 300만원을 가톨릭사회복지회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에 기탁했다. 입장료는 1만원으로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마련해 줄 수 있도록 최대한 부담을 낮춘 기부 차원의 금액으로 책정해 받았다.
장성녕 밥밴드 단장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 'J에게' 등 7080 노래를 불렀다"며 "3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관객들이 열띤 반응을 보여줘 공연이 성공리에 치러졌다"고 얘기했다.
밥밴드는 드럼, 기타, 건반, 베이스, 보컬, 매니저 등 직장인 11명으로 구성된 7080그룹사운드다. 이들은 대학시절부터 각자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에도 각 멤버들은 별도의 다른 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뜻과 취지에 동참하고자 의기투합하여 올해 3월 밥밴드를 결성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장 단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밥콘서트를 개최하여 북한 어린이들, 정부의 지원보호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 지역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행복한 밥상을 마련해 줄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장 단장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꾸준하게 지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지속적이고 꾸준한 캠페인이 되었으면 한다"며 "향후 음악뿐만 아니라 개인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기꺼이 밥이 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밥밴드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지역민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이대현 문화부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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