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품격, 외국어 남용 앞서 한글 사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9월 25일)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세계적으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글의 가치와 중요성이 부각되지만 한글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성인 남녀(1천500명) 중 63%만 한글날을 기억해 2009년(88.1%)보다 떨어졌다며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을 촉구했다.

한글 경시 풍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한글날 공휴일 지정이 해결책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나 정부 등 공공기관의 국적 불명의 공공언어 개선을 바라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올 4월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의 '마더 세이프 프로그램' '희망드림론' 등 23건의 국적 불명 용어와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에 대해 '건강한 엄마 되기' '희망대출' 등으로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공공언어 경우 우리말에 동화된 외래어와 아직 동화되지 않은 말인 외국어(외한국어)가 넘치고 있다.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교수)은 최근 국어국문학회 기고 논문에서 "언론이나 정부에서 거침없이 외한국어 음차 표기를 대량으로 사용함으로써 한국어 생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Medivalley'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의 새 이름으로 정했다. 5개 문장의 재단 보도 자료엔 'BI CI 마케팅 모티브 이니셜 클러스터 네트워크 이미지 글로벌 R&D허브 비전 네이밍 블루컬러 그린컬러 메인컬러 홈페이지 도메인 등 외래어와 외한국어로 넘쳤다.

이 자료를 분석한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황용주 박사는 "이러한 표현들은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는다"며 "영문자로 'Medivalley'를 사용하여 상표 정체성(BI)을 표시하는 것은 만든 사람은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 분야에서 어려운 정책 용어를 30%쯤 개선해도 연 3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공공기관은 외면하고 있다.

세계 속의 대구로 도약하려는 대구시나 관련 기관들은 국내 공식 사용 문자는 한글이며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원어를 병기하도록 하는 등의 국어 관련 규범부터 지켜야 한다. 지나친 영어나 외국어 사용이 대구의 품격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되레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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