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창한 모국어로 다문화교육 선봉대됐죠

이중언어 강사로 팔걷은 결혼이주여성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달성초교 한 교실에서 이중언어 강사의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달성초교 한 교실에서 이중언어 강사의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你好'(ni hao)라고 쓴 종이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정운철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서구 달성초교 한 교실. 한 중년 여성이 유창한 중국어와 어눌한 한국어를 섞어가며 강의하고 있었다. 그가 "여러분, 지난 수업시간에 중국어는 한글과 어순이 다르다고 배웠죠? 오늘은 친구들이 어디 사는지 궁금할 때 쓰는 표현을 복습해보겠어요"라며 중국어로 묻자 26명의 학생들은 "워 쭈 따치우"(저는 대구에서 살아요)라고 크게 외쳤다. 이어서 학생 모두에게 8절 크기의 도화지를 나눠주고 '你好'(ni hao)라고 크게 쓰도록 했다. 수업에 열중이던 한 학생은 "중국어를 배우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학교에서 배운 표현을 집에서 가족들에게 알려주면 다들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올해 대구시교육청에서 지역 27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이중언어 강사' 제도가 호평을 받고 있다. 이중언어 강사들은 모두 이주여성들이다. 출신국가 언어는 물론 한국어까지 능통한 이들은 다문화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첨병으로 활동 중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011년 4월 현재 대구지역 초등학생 수는 15만8천108명. 이 중 다문화가정 학생은 774명으로 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교육청은 초등학교가 다문화사회 교육을 위한 첨병이라는 판단 아래 올해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앞으로 모든 초등학교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중어중문학과를 전공한 후 달성초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성희(36'여) 씨는 "가끔 의사소통이 힘들 때도 있지만 웃는 얼굴로 열심히 따라 말하는 학생들을 보면 금세 힘들다는 생각을 잊게 된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중언어 강사로서 교단에서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1주일에 23시간 정도 강의한다는 율하초교 이중언어 강사 중국인 강음음(30'여) 씨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한국에서 제2의 삶을 맞았다"고 밝게 웃었다.

학생들은 이중언어 강사의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진(11'달성초 4) 양은 "국어, 수학과는 달리 생소한 내용을 많이 배울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수업"이라며 "어른이 되면 꼭 중국에 가서 만리장성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민재(11'달성초 4) 군은 "간단한 중국어 회화만 배우고 있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남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길을 가다가 중국 친구들을 만나면 인사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실시하는 '이중언어 강사'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문화 가정 증가 추세에 맞게 이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강사 수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중언어 강사는 27명이다. 지난해 대구교대와 영남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서 7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올 3월부터 초등학교 교단에 서고 있다. 현재 중국 18명, 일본 5명, 필리핀 출신 4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졸 이상의 학력과 강사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내년 2월까지 각국의 문화와 언어,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강의하게 된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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