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외곽에 자리 잡은 시내버스 회차지가 '천덕꾸러기' 신세다. 상당수 회차지가 임대료 부담과 회차 공간 부족으로 이전해야 할 형편이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 심지어 대지가 아닌 '밭'을 임대해 회차지로 사용하다가 행정처분을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구 시내버스 회차지는 모두 74곳으로 도로 이면을 회차지로 사용하는 곳이 29곳으로 가장 많고 사유지를 임대한 회차지가 20곳이다. 공영회차지는 15곳에 불과하다. 문제가 불거지는 곳은 주로 사유지다. 토지 소유주가 비워달라고 요구하거나 매년 임대료가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
수성구 범물동 시내버스 회차지의 경우 2013년 말까지 비워줘야 한다. 대구도시개발공사 소유인 이곳은 2개 버스업체가 13개 노선, 91대의 버스 회차지로 사용 중이다.
도시개발공사의 퇴거 요청에도 임대 기간을 연장하며 근근이 버티던 대구시는 지난 3월 도시개발공사로부터 임대기간을 더 이상 연장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진통 끝에 연간 임대료 2억원에 도시철도 3호선 개통 직전인 2013년 말까지만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시는 2013년까지 25억원을 들여 범물CNG충전소 인근 시유지에 공영차고지를 짓기로 했지만 이곳에 수용할 수 있는 버스는 50대에 불과해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회차지의 임대료 부담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동구 도학동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인근 시내버스 급행1번 회차지는 3번이나 '둥지'를 옮겼다. 동화사집단시설지구 내 개인 소유지를 임대해 사용하다가 2009년 동화사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연 400만원씩 내던 임대료가 연 720만원으로 오르면서 올해 6월 안전테마파크 옆 이면도로로 이동했다. 앞으로 팔공산 수태골까지 노선 연장을 검토 중이어서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할 형편이다.
경산시 금구동 909번 회차지의 경우 2009년 월 75만원이던 임대료가 2년 만에 월 11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1개 버스 노선을 운영하면서 내야 할 임대료만 연간 1천320만원에 이르는 셈.
경산시 하양읍 동사리 518번 회차지는 잘못 옮겼다가 행정처분을 받을 처지다. 토지 소유주가 월 60만원이던 임대료를 월 150만원으로 올리면서 인근 부지로 회차지를 옮겼지만 이사한 땅의 토지형질이 '대지'가 아닌 '농지'여서 회차지로 쓸 수 없는 땅으로 밝혀졌기 때문.
이면도로를 회차지로 사용하던 곳도 쫓겨 다니긴 마찬가지다.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 위생매립장 인근 도로는 305번, 402번, 509번 등 5개 노선버스가 회차지로 사용하던 곳. 그러나 금호강 사장교 개통 이후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방천리 위생매립장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 관계자는 "월 수백만원의 임대료는 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도심 외곽도 그린벨트에 묶여 있거나 임대료가 비싸 영세한 버스업체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다.
시는 기존 공영차고지 7곳 외에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와 수성구 범물동에 공영차고지 2곳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지만 수요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회차지 부지를 매입할 여력이 안 된다"며 "공영차고지 조성도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고 소음과 매연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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