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디폴트 여부로 가뜩이나 위축된 글로벌 경제에 중국 경기 둔화라는 악재가 끼어들었다. 개천절 연휴를 지난 국내 증시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오전 9시 91.40포인트(5.16%) 내린 1,678.25로 출발했다. 전 거래일보다 85.71포인트(4.84%) 하락한 상태에서 출발한 이후 낙폭이 커지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8월 세 차례에 이어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증시 폭락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원인이다.
그리스 정부가 공개한 내년 예산 초안에 따르면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 총생산(GDP)의 8.5%로 예상됐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목표치인 GDP의 7.6%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재정 적자 비율은 그리스의 긴축 노력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불러일으켰다. 또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나설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가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선진국 경기 불황에 무풍지대로 인식되던 중국에 비상등이 켜지자 중국 관련 금융상품이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은 선진국 경기둔화에 따른 대외환경 악화, 지방채 문제, 부동산시장 둔화, 민간 신용대출 시장 부작용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높은 유럽 수출 의존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부증권은 "중국은 현재 유럽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유럽의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유럽에 대한 중국 수출에 선행하는 유럽선행지수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중국의 수출증가율도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경제지표도 증시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 휴장일이었던 1~3일 세계 증시는 중국에서 발표된 두 가지 서로 다른 구매관리자지수(PMI)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HSBC는 지난달 30일 중국 제조업 PMI가 전달과 같은 49.9에 그쳐 3개월 연속 경기중립선인 50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통상 PMI가 50을 넘어서면 경기 상승 국면을, 50을 밑돌면 경기 하강 국면을 의미한다.
이 같은 지표들이 나오기 전에도 중국 증시는 악재를 암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년 반 만에 최저치(2359.22)로 내려앉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월에만 8.1%, 3분기 동안에만 14.6% 밀렸다. 여기에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2%로 예상되면서 물가에 대한 불안도 재부각됐다.
그러나 중국의 경착륙을 당연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중국 경기의 흔들림은 유럽과 미국의 문제에서 촉발된 것인 단기적 현상일 뿐 장기적 펀드멘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견해다.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는 "경기 둔화와 침체를 구분해야 한다"며 "마이너스도 아닌 8% 이하의 경제 성장률을 경기침체라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 재정위기 재부각에 중국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증시는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글로벌 악재를 극복할 만한 호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증시 불안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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