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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환경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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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환경학자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출간한 때는 1962년이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무분별하게 남용한 DDT와 살충제 등 각종 화학물질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적의 물질'로 불리며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여러 해충을 박멸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제초제와 살충제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화학물질 제조업체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지만,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케네디 정부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지만 화학물질 남용은 더 큰 문제가 됐다. 레이철 카슨이 걱정했던 DDT와 파라티온 같은 것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는 필수품이 된 냉장고와 에어컨 등 곳곳에서 화학물질은 훨씬 교묘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환경을 파괴하며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일본 등 9개국 공동 연구팀은 북극의 오존층이 얇아지면서 캘리포니아 주 5배 정도 넓이의 구멍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북극에서는 첫 발견이다. 물론, 이번 북극의 사례는 각종 화학물질의 남용으로 생긴 남극의 오존 구멍과는 그 원인이 다르다. 지난해 겨울, 이상 저온으로 발생한 극 소용돌이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 평소보다 70배나 높은 자외선이 검출됐지만 오존층이 이동하면서 구멍이 없어져 실제 위험도는 낮다고 한다. 그러나 각종 이상 기후가 환경 파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다시 북극에 오존 구멍이 나타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레이철 카슨은 화학물질로 오염된 미래의 어느 날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지빠귀, 굴뚝새를 비롯한 여러 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남사고가 '격암유록'에서 '10리 길을 걸어가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고 쓴 세상 마지막 날의 모습과 비슷하다.

세기말 때 유행했던 지구 멸망이 핵전쟁이나 우주인의 침입 때문에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오랜 기간을 두고 서서히 인간을 목 죄는 이러한 화학물질 때문일 것으로 보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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