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육상 한 달, 대구는…] <상>경제유발 효과 내려면 장기플랜 필요

반짝효과 후 '스럼프' 경계…길게 보고 세부적 플랜짜야

#1992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스포츠대회의 '경제 효과'를 가장 잘 살린 도시로 꼽힌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바르셀로나는 올림픽 이후 전 세계 관광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급부상 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경제학자들은 스포츠대회의 경제 효과에 대해"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스포츠대회가 꼭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실패 사례는 '올림픽 이후 슬럼프'(post Olympic slump)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리스의 GDP 성장률은 2004년 4.7%였다가 2005년 3.7%로 오히려 떨어졌다. 아테네는 35개 경기장과 72개 훈련장 유지에 연간 1천200억원을 쏟아 부으며 빚에 허덕이고 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9월 4일)가 폐막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역대 최고 흥행 대회'를 치러낸 대구의 저력과 열정은 전 세계인의 뇌리에 'Daegu' 도시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대회 폐막에 맞춰 대구시는 도시브랜드 업그레이드를 기업적 측면의 실질적 경제성과로 이어나가겠다는 포스트 2011 전략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스포츠대회를 통한 실질적 경제 성과 창출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대회의 경제 성과는 도시마다 극명하게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육상대회를 실질적 경제 성과로 이어가려면 단순한 구상을 넘어 장기 플랜과 세부 추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육상대회 성과와 한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4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2천694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관람객들이 숙박비, 입장료, 교통비, 물품 구입비 등으로 1인당 평균 31만7천521원을 썼고, 이로 인한 생산 파급 효과가 1천520억원, 부가가치 파급 효과는 1천174억원, 국내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한 대구홍보 효과는 3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육상대회 경제 효과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대다수 도시의 경제 효과가 반짝 특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Post 2011 국제심포지엄'에서 중국 광둥성 사회과학원 딩리 지역경쟁력연구센터장은 "2009년 아시안게임 개최 당시 광저우시의 투자 및 소비 효과가 갈수록 지지부진해지면서 경제적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또한 육상대회 경제 효과가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다. 대구는 이미 '올림픽 이후 슬럼프' 현상을 경험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와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연이어 개최했지만 이후 대구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실질적 경제 성과 창출하려면...

스포츠 대회의 경제 효과를 가장 잘 살린 도시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의 경우 '하드웨어'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이 경제 성과로 이어졌다. 교통망, 숙박시설 등 도시 인프라 전반에 걸쳐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

반면 대구 육상대회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평창과 달리 도시 인프라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바꿔 말해 대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경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독일 베를린은 스포츠대회와 '관광'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킨 대표적 도시다. 베를린시는 2009년 육상대회 이후 'New Tourism Concept Berlin 2011+'이라는 관광 프로젝트를 수립해 6개 분야에 걸쳐 25개의 단기(2년 이내), 중기(3~7년), 장기(7년 이후)계획을 담았다.

대구시 또한 육상대회 폐막에 맞춰 포스트 2011 전략을 내놨지만 베를린과 달리 장기 플랜이 전혀 없고, 세부 추진 전략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일본 타마대학 히로세 이치로 교수는 지난달'Post 2011 국제심포지엄'에서 "대구시가 발굴한 POST 2011 전략을 살펴봤다. 스포츠 대회와 도시 발전을 연계하려는 시도는 훌륭하나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얼마나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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