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기사 뒷돈채용 사실로 속속…제보 잇따라

추적 피하려 현금만 요구 업체들 수법 갈수록 교묘

대구 시내버스 기사 채용에 뒷돈 거래(본지 10, 11일자 4면 보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11일 돈을 건네고 입사했다는 전'현직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제보가 매일신문사에 잇따랐고 모 업체는 채용 과정에서 돈을 받고 구직자들의 경력까지 조작해 채용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한 현직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뒷돈 채용 실태는 충격적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대구의 한 시내버스 업체에 입사한 기사 박영준(가명) 씨는 "입사를 위해 노조 간부와 채용 담당 임원에게 모두 2천만원을 건넸다"고 털어놨다. 개인사업에 실패한 후 다른 직업을 찾던 박 씨는 준공영제 이후 임금 체불이 없고 퇴직금이 보장되는 시내버스 기사 취직을 결심했다는 것.

그는 버스업체 노조 간부의 지인을 통해 입사를 청탁했고, 회사 채용담당 임원과 노조 간부 접대를 위해 룸살롱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노조 간부는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돈을 요구했고, 며칠 뒤 박 씨는 해당 노조 간부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채용 담당 임원에게는 현금 100만원을 건넸다. 그는 "나 외에도 10여 명의 운전기사들이 입사를 위해 3천만~4천만원씩 냈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돈을 받고 구직자의 경력까지 위조해준다고 한다. 실제 박 씨가 입사할 당시 업체 측이 내세운 입사 조건에는 2년 이상 대형차 운전 경력이 포함됐지만 박 씨는 대형차 운전 경력이 전무했다. 그러나 박 씨가 인감증명서 등 업체가 요구한 서류를 건네자 업체가 알아서 가짜 경력증명서를 만들어 채용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심지어 음주운전으로 두 번이나 면허취소 경력이 있는 사람도 돈을 내고 버스 기사에 채용되기도 했다"고 했다.

뒷돈을 받는 업체들의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수년 전만 해도 계좌이체나 수표를 요구했지만 5만원권이 나온 이후에는 추적이 어려운 현금을 요구한다는 것. 한 전직 버스기사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돈을 빌린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써주지만 실제 퇴직할 때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시내버스 업계에서는 매년 70~80명의 버스 기사가 신규 채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 시내버스 기사는 모두 3천776명으로 이 중 2%가량이 정년이나 면허취소에 따른 퇴직으로 새로 기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시내버스 운전기사 채용에서 '검은돈' 거래가 있지만 대구시는 각 개별업체의 인사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버스업체들이 기사 채용에서 공개 채용을 통해 투명하게 인력 관리를 하도록 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에 권고하겠다"는 해명만 하고 있다.

한편 대구 서부경찰서는 현직 시내버스 기사 20여 명이 입사를 위해 업체 측에 돈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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