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회사원 이모(47) 씨는 동료와 함께 2차로 자주 들르던 대구시내 한 유흥주점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 한창 손님들로 붐비고 있어야 할 주점은 불이 꺼진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주점 입구에는 '도우미들의 비용 인상요구로 잠정 휴업한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대구시내 상당수 유흥주점들이 동맹 휴업에 들어갔다. 유흥주점과 유흥종사자 소개소(일명 보도방)들이 봉사료 5천원 인상을 두고 '전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유흥주점은 휴업 중
한국유흥음식점중앙회 대구시지회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대구시내 유흥주점 1천376곳 중 550여곳을 제외한 830여 곳이 동맹 휴업에 들어갔다. 시내 전체 유흥주점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수성구(228곳), 달서구 이곡동 일원(130여 곳), 중구(88곳),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인근(100여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휴업에 들어갔다.
이번 동맹 휴업은 지난달부터 도우미들의 시간당 봉사료가 오른데다 보도방 출신의 미성년자와 보건증 미소지 등으로 단속의 철퇴를 맞아 유흥주점 업주들이 자구책으로 벌인 것.
유흥주점 업주들은 지난달 9일부터 보도방이 일방적으로 도우미 봉사료를 시간당 2만5천원에서 3만원으로 올렸고, 미성년자이거나 보건증이 없는 도우미를 유흥주점에 보내 자신들이 벌금형과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대구 북구와 동구 지역 유흥주점 45곳이 미성년자 고용으로 적발돼 벌금과 영업장 폐쇄 처분을 받을 처지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보도방에서 도우미들을 보내주지 않으면 아예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다 보니 보도방의 요구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동맹 휴업은 보도방이 도우미들의 신원을 확실히 보증하고 보건증을 필참하도록 해달라는 요구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10년 만에 5천원 인상일뿐
보도방 업주들은"10년간 묶여 있던 봉사료를 5천원 올린 것인데 유흥주점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적으로 봉사료가 시간당 2만5천원으로 묶인 곳은 대구밖에 없다는 것. 또 마구잡이로 미성년자를 고용하거나 보건증 없이 도우미들을 공급하는 곳은 무허가 보도방이지 자신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실제 대구시내 각 구'군에 따르면 전체 직업소개소 756곳 중 유흥업 종사자를 소개하는 소개소는 211곳이다. 그러나 무허가 보도방은 이보다 3배가량 많은 500~600곳으로 추정된다.
무허가 보도방이 양산된 것은 유흥주점 업주들의 경우 직접 도우미들을 고용하면 선불금의 폐해가 큰 데다 관리가 힘들고, 도우미들은 보도방이 보건증을 요구하지 않는데다 봉사료의 5%를 유흥종사자 종합소득세로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
한 직업소개소 친목회 관계자는 "물가상승분이나 유류비 등을 감안 하면 무리한 인상이 아닌데도 경기가 어렵다 보니 업주들이 반발하는 것 같다"며 "허가받은 직업소개소는 보건증이나 신분 확인이 확실한 만큼 업주들이 무허가 보도방을 이용하지 않으면 되는데도 괜한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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