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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치원 보내고 싶은데"… "추천서 받아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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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난 일부 '사립' 들 재원생 부모 통해 배포

직장인 김민희(37'여'남구 대명동) 씨는 2007년생인 큰아들의 유치원 입학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집에서 가깝고 평판이 좋은 사립유치원은 하나같이 재원생 학부모에게 추천서를 나눠주고는 예비 학부모들이 이 추천서를 받아 내도록 하고 있다.

추천서를 얻지 못한 학부모는 공개모집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만약 추천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가 정원보다 많으면 유치원에 입학할 수 없다.

현재 대구의 사립유치원은 207곳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다고 '입소문'이 난 유치원 추천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사정이 이러하자 육아 전문 카페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추천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김 씨는 "인맥을 총동원해도 추천서를 줄 만한 학부모를 찾을 수 없어 직장에 하루 휴가를 낼 생각"이라며, "아파트 앞에 유치원 셔틀버스가 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도 모르는 학부모에게 추천서를 부탁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대구 사립유치원들이 원생 모집 때 '추천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예비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최모(28'여'수성구 지산동) 씨는 최근 수성구 일대 사립유치원 5곳을 찾아가 입학 상담을 받았지만 이 중 4곳에서 추천서를 요구했다. 최 씨는 "어떤 엄마들은 다른 학부모들에게 화장품 세트나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하면서까지 추천서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추천서에 부모 직장을 쓰는 항목을 넣어 심사하는 곳도 있던데 신분서열을 매기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잖다"고 투덜댔다.

올 들어 유치원 입학이 더 치열해진 것은 평년보다 출생아가 10% 정도 많은 2007년생들이 유치원에 진학하는 시기와 겹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2007년은 입춘이 두 번 있어 결혼하면 좋다는 쌍춘년(雙春年'2006년) 다음해인데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자가 된다는 '황금돼지 해'여서 출생아가 평년보다 많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7년 출생아 수는 2만2천169명으로 2006년(2만226명)에 비해 9.6% 증가했으며 2009년(1만9천399명)보다 13.6% 높았다.

사립유치원들이 추천입학을 선호하는 것은 공개 원아 모집 전에 입학생을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정원 미달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추천서를 재원생 학부모들을 통해 배포하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원생들을 모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관련법에 사립유치원의 추천입학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대구시교육청도 난감해하고 있다.

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재원생 학부모들의 추천으로 원아를 선발하는 것은 공교육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다"며 "우리도 사립유치원에 '공개 추첨'으로 원생을 선발하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시교육청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자제 공문을 보내는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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