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을거리 골목탐방] 영천공설시장 곰탕골목

소머리곰탕 국물 입에 쩍~ 몸도 마음도 후끈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뜨끈한 국물이 그리운 계절이 돌아왔다.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황금들녘을 지나 영천공설시장 곰탕골목을 찾았다. 전통시장은 사람과 부대끼며 인정이 넘치는 삶의 현장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머리곰탕 한 그릇을 먹으면 마음도 몸도 따뜻하게 데워진다.

◆영천5일장

영천5일장은 안동시장,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영남의 3대 시장 중 하나다. 영천은 예부터 대구~경주~포항~안동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동해안 수산물과 내륙의 농산물 교역이 활발했다. 5일마다 큰장이 서는데 2일과 7일이 장날이다. 요즘에는 굳이 장날이 아니라도 품질 좋고 값 싸고 인정 넘치는 시장으로 소문나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 가는 말도 영천장'. 영천 인근의 각 고을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빠른 말을 타거나 느린 말을 타더라도 결국 영천장에 가면 만난다는 말이다. 조랑말을 타고 여행하던 옛날에는 영천에서 보면 대구, 경주, 포항, 의성 등 모두 인근에 있어 하루 여정이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해거름에 도착한 영천에서 객주와 주막을 찾아 배를 채우며 곡물가격 정보도 교환하는 장꾼들의 모임의 장소가 됐다. 자연스레 가마솥을 내걸고 사골을 푹 우려내 끓여내는 장터국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한 경상도 최대 규모인 '영천 우시장'이 지척에 있어 소머리 국밥이 단연 인기였다. 요즘엔 식당도 현대화되고 손님도 인근 지역에서 온 등산객들이 많다.

◆영천 소머리곰탕

영천시장 곰탕골목에 가면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국물의 열기로 한겨울 추위도 녹일 기세다. 뽀얀 국물에 소볼살, 소양(위), 소껍데기 등 부위별로 듬뿍 담긴 뜨끈한 곰탕이 입맛을 유혹한다. 한 술 두 술 떠먹은 국물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몸은 후끈 데워진다.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소고기가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후루룩 쩝쩝' 말이 필요 없다. 여기에 보현산 쌀 막걸리라도 한 잔 더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커다란 가마솥에 이틀 동안 푹 고아낸 소머리 곰탕은 보기만 해도 침이 절로 쏟는다. 영천 소머리곰탕은 소의 각종 뼈와 족발, 내장 등을 삶아 뽀얀 국물을 내고 여기에 얇게 썬 부위별 소고기를 듬뿍 넣은 게 특징이다. 진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칼칼한 배추 겉절이와 깍두기, 새우젓을 곁들여 먹다보면 어느새 이마엔 땀이 솟고 속은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영천 소머리곰탕은 영양 보충 음식으로 제격이며 최근에는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든 외지인들로 북적대고 있다. 공중파에 자주 소개되기도 하고 유명인들이 다녀간 흔적도 보인다. 이곳 식당에서는 전국 택배도 하고 있는데 소머리곰탕을 즐겨 찾는 애호가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수육도시락, 소머리 눌린 고기, 삶은 고기, 내장류 등을 준비해 놓고 있어 각종 행사나 모임을 갖는 단체들도 즐겨 주문하고 있다.

##김영우 영천공설시장 상인회장

"항상 고객 편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영천공설시장상인회 김영우(54'사진) 회장은 영천시장을 녹색클린시장으로 만들어 손님들이 더욱 신선하고 알뜰한 장보기를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천공설시장은 농산물 교역은 물론 소머리국밥, 돔배기 등 먹거리로 유명하며 삶의 애환을 나눴던 만남의 장이었다. 이제 유통시장 개방으로 대형마트 등의 급속한 확산에 맞서 시설 현대화와 편의시설 조성을 통해 새로운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은 눈여겨 볼만하다. 전국 전통시장 최초로 고객건강증진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장보기중 여가시간에 러닝머신, 전신안마기, 근력운동기구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2, 3층엔 217대를 주차할 수 있으며 특히 3층 주차장의 경우 공연 등 야외무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만남의 광장 문화센터에서는 고객 및 상인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강좌뿐 아니라 돌잔치, 회갑연 등의 공간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농교류카페도 만들어 차, 커피 등을 마시며 편안하게 대화하며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시장 내에 LED전광판, PDP방송모니터, 방범시설 CCTV 등을 설치해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을 돕고 있다. 시장 곳곳에는 벽화나 그림 등을 그려놓아 방문객의 눈길을 끌고 매년 어린이 전통시장 그림 공모전을 통해 미래 고객을 위한 행사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전국우수시장박람회서 전통시장 활성화 공로로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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