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동의보감] 우울증

"단 음식 삼가고 하루 20분 이상 햇빛 쬐면 도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시를 떠올리며 낙엽길을 걷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옛 추억이 생각나고 마음 한 구석에는 쓸쓸함과 우울함이 밀려온다. 실제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울증이 온다는 게 정설이다. 햇빛이 줄어들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물질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그래서 신체 리듬이 깨지고 우울증이 오기 쉽다.

우울증은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 장애 중 하나이다.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사람이 환경이나 기분에 따라 감정이 바뀌는 것은 정상적이다. 그렇다면 우울한 기분과 병적인 우울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의 강도가 훨씬 심각해져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 의욕, 활력도 눈에 띄게 줄고 식욕 감퇴나 불면증이 심하게 나타나고 자살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실제로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직장을 잃고 수개월 동안 실직 상태를 회복하지 못해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져 죽고만 싶어진다면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 된다. 우울한 감정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우울증인 것이다.

한자적인 뜻으로 보면 우(憂'근심)와 울(鬱'막힘)로 근심이나 걱정으로 답답하게 막혀 체(滯)한 상태를 말한다. 한의학적으로는 화병에 속하는데 가슴 속에 화(火)가 맺혀 나타나는 결흉(結胸)에 해당한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이다.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치료받는 것이 마치 정신병자 취급이나 받는 것 같아 혼자서 고민하고 이겨내려고 한다. 그러나 우울증은 위궤양이나 간염처럼 병에 걸린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병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며 숨길 필요가 없고 성격에 문제가 있다든지 정신적으로 나약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일상생활에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 음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초콜릿 등 단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지속적이지는 못하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단 음식을 섭취하게 한 뒤 1, 2시간이 지나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가 피곤함과 우울증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나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도 피하는 게 좋으며 생선이나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하루 20분 이상 햇빛을 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햇빛은 대뇌로부터 활력을 느끼게 하고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김승모 대구한의대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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