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이양호 식품산업정책실장

"겨울철새가 싫어요…왜냐구요? 전염병 옮겨서요"

농림수산식품부 이양호(52)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겨울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철새가 싫다. 아름다운 군무를 선보이는 철새는 조류독감(AI) 같은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인데 이런 가축 전염병들이 주로 겨울철새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AI나 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은 모두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합니다. 바이러스는 통상 75℃ 이상이면 파괴되지만 기온이 내려가면 생존율이 길어집니다. 가축 전염병은 대부분 겨울에 발생합니다. 지난해 구제역 때문에 3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농민들은 자식 같던 가축을 생매장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가축 전염병이 유입되고 확산속도도 빨라지는 겨울이, 올해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벌써부터 겨울을 걱정하고 있는 이 실장은 "내 공직 생활의 운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농담 삼아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주요 업무는 축산'식품'유통'소비자안전 등 4가지인데 그는 이 4가지 분야의 실무 총책을 맡고 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당연히 1차적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와 함께 우리 부처를 '3D부처'로 거명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단도 많아 어느 부처보다 어려운 행정을 하고 있지만 칭찬보다는 지탄 받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에 매달리고 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뿐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앞으로 더 잘하자'며 다짐해온 지가 벌써 30년이 돼 버렸네요. 허허허허."

국민들의 비난과 오해를 받는 것은 더이상 두렵지 않다.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사전 대비를 하지 못해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업무 원칙은 '한발 앞서 가자'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고 뒤따라가는 대책이 거듭되면 몸도 고달프고 예산은 예산대로 들게 마련이다. 또 어차피 받게 될 비난이라면 당당하게 받고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방법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발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농축어업 발전을 위해 그는 크게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품질 개선이다. 국내 농업의 경우 미국보다 최대 10배에 달하는 농지 가격 때문에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인건비도 미국보다 싸다고 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품질이 우수한 채소'과일 등의 농산품 생산만이 국내 농가의 승부수라는 것이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도축장 구조조정 문제도 '품질 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전국 87개에 달하는 도축장의 연 평균 가동률은 40% 미만이다. 대부분 수지가 맞지 않아 시설이 노후하고 위생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축장 수를 20~30개로 줄여 대량화, 현대화하는 것이 도축장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앞으로 2, 3개의 거점도축장이 들어설 전망이고 현재 3개 업체가 신청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경영'자본 능력 등을 종합 평가해 75점 이상(100점 기준)을 획득한 업체만 허가할 예정이다.

농축어업 발전의 또다른 선행요소는 교육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고 규모화도 어려운 현실이라면 결국 국내 농축어업물을 특화시키거나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근로자와 비교해 볼 때 농민들의 평균 소득은 67%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30대만 비교하면 사정은 다르다. 30대 농민 소득은 도시근로자 소득보다 6% 이상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기술 도입을 위해 연간 350억원을 투입, 농촌 교육비에 투자하고 있다.

이 실장은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도입한 '경북 농민 사관학교'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농수산업의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자본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생각과 같은 맥락이어서 다른 지자체의 본보기가 될 만한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성주 참외가 성공적 특화작물의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혁신적인 재배 기술을 도입해 품질을 끌어올린 결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경영상태도 개선됐습니다. 경북의 농업 기술 발전을 위해 농식품부도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이 실장은 덕촌초, 선산중, 영남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26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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