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구로기계공구상가를 돌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걸음을 잠시 멈췄다. 박 전 대표는 "저쪽 골목에서 한 시민이 사진을 찍으시는데 흔들리게 나올까봐서요"라고 했다. 박 전 대표가 만나는 주민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와 관련한 물음, 가족사까지 주고받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시간 전 중소기업 현안에 대한 발언에서도 "창의성이 중심이 되는 한국, 서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상인들과 만날 때에는 수첩을 들고 경청했다. "국가에 대한 것은 제 일로, 서울시에 대한 것은 나경원 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분명했다. 또렷하게 생각을 이야기했다. '박 전 대표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18대 국회 들어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며 공식적으로는 단 한 차례도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았던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지 여부가 10'26 재보궐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각 언론사의 대권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20~30%포인트 앞섰던 그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등장으로 '대세론'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일부 회복했지만 일각에서 "차기 대권구도에서 안철수 후보는 없을지 몰라도 안철수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만은 '구원투수 박근혜'를 필요로 했다. 친박계 성향의 보수층을 끌어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촉발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자활'자립을 통한 복지'라는 복지철학을 밝힌 박 전 대표를 내세워 중도층, 부동층까지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박 전 대표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친이-친박이라는 계파를 초월해 서울시장 선거캠프가 꾸려졌고, 조건부였던 당의 복지당론도 자신의 뜻이 대부분 관철됐기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 "당의 실질적 대표면서도 당과 너무 거리를 둔다"는 비판도 잠재울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이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선거의 승패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도 직결된 때문이다.
승패에 따른 정치적 득실이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장과 부산 동구청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지면 "박근혜가 나서도 안 된다"는 패배감에 휩싸이게 된다. 박 전 대표 외에 마땅한 인물이 없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 손질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이길 경우 '대세론 굳히기'에 성공하며 '안철수 현상'으로 회자되는 다른 바람에도 면역력을 키우게 된다.
서상현'유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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