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해야 하는 이유

유현종 대구서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유현종 대구서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재보궐선거가 26일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선거비용의 마련도 쉽지 않다. 그래서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은 어느 후보를 찍어 봐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강한 정치 불신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추세라면 가뜩이나 낮은 보궐선거 투표율에 정치적 무관심까지 가세하여 투표율 20%를 넘기지 못하는 역대 최저 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물론 주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불신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기존 정치권이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인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는 것은 고용된 하인이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 주인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둘 때 제대로 된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고 다시 행정이 엉망이 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망적인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진흙탕과 같은 현실 정치를 외면해 버리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투표권의 행사는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기본적 권리이자 책무이다. 선거는 공동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므로 선거권은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증명하는 기본적 권리이다. 투표는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 책무도 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참여를 포기하는 것은 그 공동체에 애정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둘째, 선거참여는 후손들에 대한 마땅하고 옳은 도리이다.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대표자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구현할 것이다. 그 미래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이 살아갈 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후손들에 대한 어버이로서의 산 교육이자 마땅한 도리이기도 한 것이다.

셋째, 선거참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작지만 큰 봉사이다. 우리가 투표에 참여하여 정치적 대리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주권자로서 당당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작지만 큰 봉사활동이며 우리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넷째, 투표 결과에 따라 지역개발, 복지정책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투표는 나 자신과 가족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절망적인 정치현실에서 "믿을 수 없는 정치인들, 찍어봐야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내가 투표하러 가야 하나?"라는 물음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을 놓고 볼 때 이것에 대한 분명한 대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가 엉망이더라도 민주주의의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의 도리로서 투표하고,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주는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보장하며, 실업난에 고통받는 청년 세대들은 나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쉽고도 합리적인 수단으로서 투표권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10월 26일 재보궐선거에서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기력의 사슬을 끊고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유현종 대구서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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