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스'의 학자였던 '알프레드 로젠베르크'는 그의 저서 '20세기의 신화(神話)'에서 망국(亡國)의 징후에 대해 이렇게 썼었다.
'대도시의 백화점이 화려한 사치품을 진열하여 여성을 유혹할 때, 재즈류의 빠른 음악이 유행하고 포르노가 안방에까지 침입하며 호모(동성연애자)가 나타날 때, 그런 때야말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때로서 일격을 가할 필요가 있는 때다.'
오늘날 병들어가는 서구 선진국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꿰뚫어 보는 듯한 예견이다. 과연 지금 지구촌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해 있는 시점인가.
뉴욕 월가의 시위 물결이 유럽으로 번져가 런던과 도쿄 등 900여 개 도시를 뒤흔드는 새로운 조짐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폐해가 위기의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예고하는 징후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로젠베르크의 지적대로라면 99%의 시위대들은 앞으로 계속 사회정의가 왜곡되고 자본주의 폐해가 수정되지 않을 때는 '탐욕에 찬 1%'에게 더 큰 일격을 가할 위험이 있다.
동양의 선각자가 예견한 망국의 조짐은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청조(淸朝) 때 아편전쟁을 벌였던 증국번(曾國蕃)은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첫째 조짐으로 '무엇이건 흑백을 가릴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도무지 누가 누구며 무엇이 어느 것인지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슬람권의 정의와 미국'이스라엘의 정의가 서로 어긋나고, 테러와 성전(聖戰) 어느 쪽이 더 정의인지 흑백을 가릴 수 없는 혼돈으로 세계가 불안과 무질서에 빠지고 폭력과 피의 보복이 악순환되는 것이 한 예다.
그런 악순환의 틈새에서 빈국(貧國)의 어린이들은 기아로 수백만 명씩 숨져 가는데 군비 경쟁에만 휘둘려온 강국들은 하나 둘 빚더미에 올라 망국의 길목 앞에 쓰러져 가고 있다. 무엇이 인류의 진정한 가치인지 흑백을 가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좌파 우파의 충돌은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면서 무엇이 어느 것인지 모르는 분별력의 면역력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수 재벌'기업들에 받아낸 돈으로 좌파운동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그 돈의 힘이 보수를 공격하는 총알로 되돌아오는 일이 '아름다운 기부'로 포장돼도 그게 옳은 일인지, 이상한 일인지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돼가고 있다. 그런 인물들과 세력이 결집해서 수도(首都)의 시장(市長)을 만들어 내려고 요란스러워도 누가, 무엇이 속을 감춘 친북세력의 뿌리고 한통속인지 제대로 가릴 줄도 모른다. 거기다가 제주도 해군기지, 부산 크레인 농성 같은 조직적인 폭력과 법과 사회 통념을 부정하는 시위가 판을 치면서 범법자와 무뢰한들이 제멋대로 설쳐대는 상황은 증국번이 말한 '선량한 사람들은 갈수록 조심스러워하고 하찮은 녀석들(무뢰한)이 더욱 설친다'는 두 번째 조짐과 딱 일치한다.
러시아 작가 '멘시코프'도 러시아 혁명시대의 망국적 상황을 기록하면서 '러시아 도처에서 방자하고 무뢰한 자들의 행동이 격화되고 경찰관은 범죄의 진압에 완전히 두 손을 들고 있다…'고 쓴 바 있다.
제주, 부산, 광화문 등 전국 곳곳에서 무뢰한들의 불법 행동이 격화되고 경찰은 시위를 막느라 녹초가 돼 있는 우리 모습은 러시아 혁명 시기와 얼마나 다른가.
순자(荀子)를 보자. 그 역시 망국의 징조로 국가보다 붕당(朋黨)과 개인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당사리(私黨私利)를 꼽았다. 명색 제1야당이 수도 시장 선거에 자당(自黨) 후보도 못 내놓으면서 제3의 좌파세력을 끼어 안고 이용해 내 집 울타리를 쌓으려는 민주당의 붕당 이익이 그렇다. 자신들의 집권 때 시작했던 FTA를 반대파가 집권하니까 딴죽 걸고 막는 것이야말로 국가 이익보다 붕당 이익을 더 챙기는 사당사리의 표본이다.
갖가지 망국의 조짐들이 이처럼 코앞에 나타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망국의 조짐은 싹이 돋을 때 뽑아야 한다. 좌'우 가릴 것 없이 서로 마음을 씻고 비우고 나라부터 생각하자. 남북도 모자라 좌'우로 찢겨 망국의 구덩이에 함께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가 뒤흔들릴수록 우리는 하나로 뭉치고 있어야 산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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