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4학년 홍모(27) 씨는 이달 12일 수업을 포기하고 한 대기업이 연 채용 설명회에 참가하기 서울에 다녀왔다. 그는 이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를 서울 본사에서만 개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간 것이다. 홍 씨는 "어떤 기업은 채용 설명회를 들으면 서류 전형을 통과시켜주기도 한다. 또 인사 담당자에게 눈도장을 찍으면 면접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 지방대생들이 취업설명회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경기 침체로 취업문이 좁아진 가운데 기업 채용 설명회마저 서울 쏠림 현상이 심각해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채용 설명회를 듣기 위해 사비를 털어 서울로 향하거나, 인터넷에 올라온 설명회 동영상을 보고 정보를 얻는 등 취업 문턱에서부터 진땀을 빼고 있다. 채용 설명회는 인사 담당자가 기업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와 구체적인 인재상을 알려주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서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의 얘기다.
지역의 한 4년제 대학 졸업생 김모(29) 씨는 이달에만 세 번 서울에서 있은 기업 채용 설명회에 다녀왔다. 그는 "갈수록 대구에 내려와 채용 설명회를 여는 기업이 줄고 있다"고 불평했다.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몇몇 기업들은 최근 들어 대구권 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를 아예 열지 않고 있다.
지역 대학의 한 취업부서 담당자는 "그룹 차원의 공채를 하는 대기업들은 서울에서만 채용 설명회를 갖는 경우가 많다"며 "간혹 지방 국립대 등 거점 대학에서 대기업 채용 설명회가 있으면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형편"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영업하는 기업들도 대구의 젊은이들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북대 졸업생 유성은(25'여) 씨는 다음달 초 한 유명 백화점 채용 설명회를 듣기 위해 서울로 떠날 예정이다. 이 백화점은 각 학교나 채용 설명회를 통해 ID를 나눠주는데, 이 ID가 없으면 백화점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
유 씨는 "이 백화점은 대구에서 지점이 있는데도 올 하반기엔 대구권 대학에서의 채용 설명회를 열지 않아 서울에 가야 하고 서울에서만 채용 설명회를 여는 몇몇 기업은 원서접수 날짜를 몰라 지원도 못해봤다"며 "채용 설명회마저 서울권 대학에 편중되니 지방대생들은 취업 정보에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경북대에 따르면 채용 설명회를 여는 기업은 연간 50여 개에 이르지만 서울의 한 대학교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100여 개의 기업이 찾아오는 등 서울과 지역대 사이 채용 설명회 격차가 현격하다.
서울까지 갈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취업정보 카페나 유튜브에 올라온 채용 설명회 동영상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4학년 전경정(24'여) 씨는 "얼마 전 서울에서 한 대형마트 채용 설명회가 열렸는데 서울까지 갈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며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참고했다"며 "기업들이 실력에 앞서 각종 취업정보 제공과 취업설명회 등에서 지방대학을 차별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병고'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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