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대낮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얇고 투명한 커튼은 하얀 낮달을 싸안고 침묵한지 오래다

피말려 살아온 세월이 녹녹하지 않음은 저 구부러져

누워있는 등허리가 말해준다

내몸의 물관과 체관을 정신없이 오르며 잊고 있던 그 것,

피마른 자국마다 피워낸다는 아, 저승꽃

박주영

 

이 시, 고요하고 춥다. 무언가 한없이 미안하다. 비스듬한 햇살 사이 마른 버즘 날리는 대낮의 빈 방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오래 전 누워있는 한 사람의 굽은 등, 어머니. 어머니의 세월을 훔쳐 달아난 식솔들이 어머니를 잊고 사는 동안 비오고 바람 불었다.

내 어머니께서도 병상에 누워계셨다. 그 어머니의 말할 수 없는 세월들 고스란히 등에 허리에 들어 그 통증 돌아 누울 수도 없다. 어머니 누워서 생각하느니 정신없이 오르내렸던 생의 파란만장이 저 낮달처럼 희미할 뿐, 일생이 외지고 축축한 자리였을 뿐.

아무 위안도 되지 않는 내리사랑의 슬픔. 늙은 어미 침대에 두고 전부 제 자식 챙기느라 바람처럼 다녀갔다. 이 불효도 바람처럼 문병하고 돌아왔었다. 이젠 얇은 커튼이 추운 늦가을 날, 모로 누워 세상의 어머니들은 생각하실 거다. 창틈 바람은 추운데 왜 이리 목숨이 질긴지, 그래도 내 자식들은 잘 살아라 부디 잘 살아라.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청장 후보인 박강수 국민의힘 후보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마포는 4년 동안 큰 안전사고가...
온라인에서 퍼진 '2026 대한민국 주요인물 연봉' 표에서 삼성전자 노조위원장 최승호의 연봉이 9억원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이는...
충남 당진에서 20대 A씨가 반려견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그를 붙잡았다. A씨는 낮에는 반려견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으며, 가수 이재가 시상식에 참석..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