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대낮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얇고 투명한 커튼은 하얀 낮달을 싸안고 침묵한지 오래다

피말려 살아온 세월이 녹녹하지 않음은 저 구부러져

누워있는 등허리가 말해준다

내몸의 물관과 체관을 정신없이 오르며 잊고 있던 그 것,

피마른 자국마다 피워낸다는 아, 저승꽃

박주영

 

이 시, 고요하고 춥다. 무언가 한없이 미안하다. 비스듬한 햇살 사이 마른 버즘 날리는 대낮의 빈 방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오래 전 누워있는 한 사람의 굽은 등, 어머니. 어머니의 세월을 훔쳐 달아난 식솔들이 어머니를 잊고 사는 동안 비오고 바람 불었다.

내 어머니께서도 병상에 누워계셨다. 그 어머니의 말할 수 없는 세월들 고스란히 등에 허리에 들어 그 통증 돌아 누울 수도 없다. 어머니 누워서 생각하느니 정신없이 오르내렸던 생의 파란만장이 저 낮달처럼 희미할 뿐, 일생이 외지고 축축한 자리였을 뿐.

아무 위안도 되지 않는 내리사랑의 슬픔. 늙은 어미 침대에 두고 전부 제 자식 챙기느라 바람처럼 다녀갔다. 이 불효도 바람처럼 문병하고 돌아왔었다. 이젠 얇은 커튼이 추운 늦가을 날, 모로 누워 세상의 어머니들은 생각하실 거다. 창틈 바람은 추운데 왜 이리 목숨이 질긴지, 그래도 내 자식들은 잘 살아라 부디 잘 살아라.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심재연(72·국민의힘) 영주시의원은 경북도의원 영주시 제1선거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지역 발전 전략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재명...
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며, 올해 1분기 메...
제1215회 로또 추첨에서 1등 당첨번호 '13, 15, 19, 21, 44, 45'가 발표되었고, 1등 당첨자는 16명으로 각각 19억9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